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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May 03. 2022

산과 산다: 채움과 비움의 다이나믹스

2021년 9월 19일 기록

영국에 와서 삶이 알 수 없게 밋밋하게 느껴졌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산의 부재 때문이다. 도시에서 바라볼 수 있는 높은 산의 다이나믹한 경관이 없고, 숨차게 산에 오를 다이나믹한 경험이 없다. 바라보는 산은 채움이고 오르는 산은 비움이다. 그리고 이 반복적 실천은 일상의 리듬감(기의 순환)을 더욱 활기차게 촉진시킨다. 


한국인으로서 산이 없는 도시에서의 일상은 때론 중력 없이 우주공간을 부유하는듯한 공허함을 준다. 나는 한국에서 정기적으로 등산을 즐기는 그런 산(山) 사람은 아니었지만 산과 산다는 것은 일상을 채우고 비울 수 있는 다이나믹한 에너지의 순환을 의미한다. 알게 모르게 그동안 나는 산을 통해 도시생활의 스트레스와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해방되고 정화되고 회복되는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산이 없는 런던의 한 공원에서 솟아오르는 분수를 바라보며 산과 살아가고픈 욕망을 잠재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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