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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May 11. 2022

공간생산: 재현과 경험의 역사적 반복

인간은 현실의 경험을 글, 그림, 영상 등으로 남겨 "재현"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다. 그래서 일기를 쓰고 낙서를 하고 스마트폰에 사진이나 영상으로 일상을 남긴다. 전문적 생산 영역에서는 저널리즘, 영상학, 문학 등으로 확장 및 발전되어 왔다.

반대로 인간은 소설, 드라마, 영화, 광고, 잡지, 소셜미디어 사진 등에 재현된 공간, 인물, 옷, 음식 등을 실제 "경험"하고 싶은 강한 욕망을 가진다. 보통 소비의 행위로 실현되는 것들이다. 최근 유튜버의 팬미팅도 재현된 인물을 현실에서 마주하고픈 욕망에 기인한다.

이러한 재현과 경험의 역사적 순환이 만들어낸 특정 관념은 인간과 사회를 강하게 종속시키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화와 종교다. 현실의 재현과 재현의 경험이 과장되게 반복되면서 둘 사이의 경계는 사라지고 무엇이 사실이고 허구인지 구분의 중요성 또한 사라지게 된다.

오직 그 자체를 하나의 스토리로 믿고 싶어 하는 개인의 신념(belief)을 자극하게 되면서, 이것은 집합적인 시대의 이념(ideology)이 되고, 종교적 교리(creed)로 정리되고, 다시 사회의 진리 혹은 가치에 반영되어 법과 질서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사회, 문화, 공간은 재현과 경험의 역사적 순환의 결과다.

이 관점에서 앙리 르페브르가 주장한 공간생산 이론(The production of space)의 변증법적 공간화를 이해할 수 있다. 르페브르는 공간을 경험하는 "공간적 실천"과 경험에 의한 "공간의 재현"(상상, 이미지, 회화, 글 등) 그리고 그것들을 더욱 체계적으로 정리한 "공간의 관념화"(지식, 기술, 전략, 지도 등)를 설명하면서 세 요소들의 역학관계가 공간을 생산시킨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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