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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May 15. 2022

비트코인은 화폐가 될 수 있는가?

실물가치와의 연동이 관건

영국 화폐는 왜 무게의 단위인 파운드(pound)를 쓸까? 원래 1파운드 지폐는 1파운드 무게의 은(silver)으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권의 성격으로 시작되었다. 19세기 중국과의 아편전쟁은 당시 은으로 거래하던 무역에서 경제 손실을 메꾸기 위해 영국이 아편을 수출하면서 발생했다.

화폐는 금이나 은 같은 실물자산과 연동됨으로써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세계경제와 무역의 규모가 커지고 경제위기도 겪으면서 이러한 금본위제는 오히려 화폐 유통(유동성)을 제한하는 족쇄가 되었고 미국 닉슨 대통령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더 이상 금과 교환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당시 프랑스 등이 미국으로부터 달러를 금으로 교환하여 배에 실어가기 위한 일종의 뱅크런이 일어났었다.

하지만 미국은 사우디 왕가를 보호해주겠다는 딜을 통해 사우디 석유를 오직 달러로만 거래하도록 조치를 취한다. 생산량이 제한적인 금과 달리 석유는 거의 무한정 뽑아낼 수 있었고 더욱이 석유는 현대 산업생산에서 필수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높았다. 즉, 달러는 석유를 통해 기축통화의 가치를 안정화시킬 수 있었다. 달러는 일종의 석유 교환권으로 변신하면서 가치를 지킨 셈이다.

이러한 화폐의 역사를 통해 왜 현재 비트코인이 신뢰받지 못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실물경제에서 제한적인 거래(e.g. 피자, 커피 구매)에 사용되고 달러와 가치를 매칭 하려는 시도(스테이블 코인)가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비트코인 가치를 안정화시킬 실물자산과의 연결이 확실치 않다.

주식은 실제 기업과 제조업 혹은 서비스업 같은 물리적 실물 자산과 가치생산활동이 존재하지만 비트코인은 그 자체를 사고팔아 시세차익을 챙기는 투기적 거래만 있을 뿐 사용가치나 경제생산활동이 거의 제로다. 이 점이 앞으로 비트코인의 미래를 결정지을 핵심사항이다. 비트코인은 어떤 실물자산의 가치와 연결될 수 있는가? 만약 기업의 디지털 데이터의 가치가 높아지고 비트코인으로만 데이터의 거래가 가능해진다면 또 다른 반전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유튜버들의 수익이나 넷플릭스 멤버쉽 결제는 달러로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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