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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Jun 26. 2022

영화 탑건과 창조도시이론 그리고 현실

탑건 1(1986)은 10년 전쯤 주목받았던 창조도시이론(리처드 플로리다 등)과 맥락이 비슷하다. 제도와 매뉴얼에 의지한 도시성장이 한계에 부딪치고 쇠퇴를 맞이할 때쯤, 창조계층(creative class)들이 유연한 사고와 혁신을 통해 위기를 부서 버리고 다음 단계의 경제성장을 가져온다는 이론이다.


영화 탑건 1(1986)은 주인공인 매버릭(톰 크루즈)이 탑건 교관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성장통에 초점을 맞추며, 그 중심에는 해군 최고 엘리트 파일럿인 아이스맨과의 라이벌 구도가 있다.  


규칙과 매뉴얼을 따라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아이스맨은 모범적인 엘리트이며 안정적인 비행전술의 실천을 통해 탑건 스쿨의 최고 파일럿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실전 전투 상황에서는 매버릭(톰 크루즈)의 도움을 통해 위기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본능과 감각에 의지하는 매버릭은 매뉴얼을 무시하여 많은 사고를 치고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도 하지만 전에 없던 창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인물이다. 실전에서 그는 예측 불가능한 전술로 적을 단번에 제압하고 미국의 영웅으로서 멋지게 항공모함에 복귀한다.


복귀 후 라이벌이던 아이스맨과의 포옹 장면은 공익/국익을 위하여 매뉴얼을 만들고 따라오던 구세대와 미래를 책임질 창조적 본능을 가진 신세대의 신구 조화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36년 뒤, 탑건 2에서 안정적으로 제독이 된 전형적인 엘리트인 아이스맨과 뛰어난 성과와 많은 훈장에도 불구하고 만년 대령인 메버릭은 또한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아직 탑건 2를 보진 않았지만 매뉴얼과 규칙에 기반하며 이성과 통제를 중시하는 기득권층(주류)과 감성과 본능에 의지하여 유연한 사고로 도전하는 창조적 계층(비주류)의 조화는 여전히 이상적인 구호임을 상징하는 것 아닐까? 이것은 창조도시이론에 따라 정확히 움직이지 않는 현대 도시공간의 복잡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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