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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든 May 18. 2023

생성 AI 시대의 5.18 운동

정의를 이루고자 광주 택시를 몰 필요는 없다: 주먹밥을 줘도 충분하다  

43년 전 1980년 5월 18일, 한국의 광주에서 엄청난 희생과 함께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다. 당시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군부 독재와 맞서 싸우는 것. 하지만 오늘날, 악이나 공정성이라는 개념은 이전보다 더 모호하다. 더 이상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눈에 보이는 독재자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디지털 기술과 그에 종속된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생활을 통제하고 사상을 형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전두환 정권이 시민들을 쇠뇌시키고 광주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을 '폭도'라고 규정한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알고리즘 힘은 이제 훨씬 더 교묘하다. 숨겨져 있어 대중이 직접적으로 감지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


실리콘 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기술을 통해 세상을 개선하고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겠다는 이상적인 비전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전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 도용과 민주주의 변질 같은 크나큰 사회 문제를 만들었다. 2016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밝혀진 페이스북-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정보 유출 사건이 대표적이다. 


SNS는 시작에 불과했다. AI의 진화, 특히 생성 AI는 전 세계와 우리 사회에 더욱 깊고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생성 AI는 사용자의 취향과 가치를 학습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할 것이다. 그러나 AI가 학습하는 데이터 뭉치에는 사회적 편향과 편견이 녹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생성 AI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인류 가치와 사상의 원천이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에 맞서려면 더 이상 '보이는 악'에 맞서 싸우는 건 부족하다. 보이지 않는 힘과 그 결과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기술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윤리와 사회적 가치에 대한 토론과 반추에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 ‘택시 운전사'의 주인공 김만섭처럼 실질적인 행동을 하거나 대단한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설민석은 무한도전 역사X힙합 강의에서 독립운동에 대해 얘기하며 안중근 의사처럼 꼭 현장에 나가서 싸워야 독립투사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도망다니는 독립군을 하룻밤 재워주는 사람도 독립운동가고,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에서 편하게 공부하는 자신을 질타하고 부끄러워했던 시인 윤동주도 독립운동가라고 했다. 


택시 운전사에서 한 아주머니가 주인공 김만섭에게 주먹밥을 주는 장면이 있다. 이 주먹밥은 소소하지만, 용기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지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보여주는 큰 상징이다.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추구하기 쉽지 않은 가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단체나 사람들의 게시물에 좋아요만 눌러도 당신은 정의를 위한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5.18을 기념 삼아 정의는 대단한 게 아니며 매일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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