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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 May 01. 2018

멍하니

멍하니 바라보는 하늘은 그야말로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을 방불케하는 잿빛.


나의 오늘 일정은

오전 치과 치료,

오후 둘째를 대리고 대전에 있는 유학원 방문


이빨을 닦다가 뭔가 묵직한게 철컹.
세면대로 떨어진다.

요즘 자주 잇몸과 틈이 벌어져 자꾸신경쓰이더만

결국 이 사단이 났다.

겸사

그동안 미뤄돈 검진, 스케일링을 받을 예정이다.

긴장을 풀고자

미리 근처의 커피숖에서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다.


그나저나..


내가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된 건

어처구니..  아 하필 이럴 때 왜 나경원 따위가 떠오르는지..

그래 어처구니 없게도

평생 볼일 없을 줄 알았던
'그'가 돌아온 때문이다.


지지난주 주말, 초밥을 먹고 커피숍에서

자신이 왜 그렇게 떠나야했는지

예의 그 담담한 어조로

나와 커피를 번갈아 쳐다보며 설명을 한다.


나, 아파요


지금 마시고 있는 카푸치노..

거품 아래 커피가 입안으로 흘러들 듯

그의 그 한마디가 마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던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다.


잠시 밖에 나갔다 온 남자는

선물 박스를 내 앞에 들이민다.

직접만든 비누..라는데 마치 거짓말같이 백화점에서 샀을 법한

아름다운 색감에, 라일락인지 라벤더인지 모를  향기, 게다가 과연 남자가? 만들었다는 걸 의심케하는 고급스런 포장.


됐고..


왜 그는 난데없이 나타났는가

더 말이 안되는건

왜 그런 그를

아주 너그럽게 받아주고 있는가...

그가 아프데서? 끝까지 가보지 못한 연애의 미련 때문에?


어쨌든 묘한 인연이다.


오랜 약물복용으로 너덜너덜해진 뇌하수체까지 건드릴만한
지나친 생각은 하지말자.


자 이제 치과에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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