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바라보는 하늘은 그야말로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을 방불케하는 잿빛.
나의 오늘 일정은
오전 치과 치료,
오후 둘째를 대리고 대전에 있는 유학원 방문
이빨을 닦다가 뭔가 묵직한게 철컹.
세면대로 떨어진다.
요즘 자주 잇몸과 틈이 벌어져 자꾸신경쓰이더만
결국 이 사단이 났다.
겸사
그동안 미뤄돈 검진, 스케일링을 받을 예정이다.
긴장을 풀고자
미리 근처의 커피숖에서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다.
그나저나..
내가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된 건
어처구니.. 아 하필 이럴 때 왜 나경원 따위가 떠오르는지..
그래 어처구니 없게도
평생 볼일 없을 줄 알았던
'그'가 돌아온 때문이다.
지지난주 주말, 초밥을 먹고 커피숍에서
자신이 왜 그렇게 떠나야했는지
예의 그 담담한 어조로
나와 커피를 번갈아 쳐다보며 설명을 한다.
나, 아파요
지금 마시고 있는 카푸치노..
거품 아래 커피가 입안으로 흘러들 듯
그의 그 한마디가 마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던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다.
잠시 밖에 나갔다 온 남자는
선물 박스를 내 앞에 들이민다.
직접만든 비누..라는데 마치 거짓말같이 백화점에서 샀을 법한
아름다운 색감에, 라일락인지 라벤더인지 모를 향기, 게다가 과연 남자가? 만들었다는 걸 의심케하는 고급스런 포장.
됐고..
왜 그는 난데없이 나타났는가
더 말이 안되는건
왜 그런 그를
아주 너그럽게 받아주고 있는가...
그가 아프데서? 끝까지 가보지 못한 연애의 미련 때문에?
어쨌든 묘한 인연이다.
오랜 약물복용으로 너덜너덜해진 뇌하수체까지 건드릴만한
지나친 생각은 하지말자.
자 이제 치과에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