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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 May 07. 2018

되바라진 직장후배 이야기


원래 출근할 예정이었으나 사실 그 마음이 반반이었다.

내일 임원보고서를 작성하는 후배사원을 도와주기로 했는데

그녀의 지나친 고과욕, 공명욕이 결국엔 내 무거운 육체를 다시 침대로 내려앉게 만들었다.


컨설팅사의 작업결과를 토대로 그녀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마지막으로 최종 마무리는 내가..

연휴 전 임원께 보고를 드리고

의외로 구미가 당기신 듯 당장 차주에 보완된 버전의 보고서를 들고오라 하신다.


그때부터 발을 동동거리는 그녀..

내가 보낸 베트남 출장은 가야하는데

보완작업은 해야하고 정작 후속 보고는 자기가 아닌 남이 할것같고

초초한 모습에 나는 농담으로 

'그럼 내가 베트남 출장가고 네가 담주 나 대신 땜빵할래?' 했더니,

처음엔 아니오 아니오 고개를 가로젓다가


오후 느즈막한 시간에 찾아와 진지하게

'차장님이 가실래요, 출장?'

이러는게 아닌가!


허허헛... 진짜 헛웃음이 나왔다.

속으로는 이야... 이것 봐라.. 얼마나 욕심이 많으면

감히 지 파트장한테 자기 대신 출장을 가라고 하나?

아무리 농담으로라도?

그런데 다시 생각해봐도 그녀는 당시 매우 진지한 표정이었다는 사실.


난 정색을 하고 못간다고 못을 박았다.


그렇게 해서 잡힌게 오늘 출근 약속이다.

본인 혼자서는 당연히 자신이 만든 버전으로는 그대로 못들고 가니

나의 리뷰는 받아야겠고...


'그래 그러든가. 나도 나와서 도와주지 뭐'


사실 한편으로는 그녀를 대망신을 주고 활활타오르는 야욕에

재를 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과유불급.

멍했던 눈동자에 생기를 불어넣고 업무역량을 높혀놓은 것 까진 좋은데

가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아차' 싶을 때가 간혹 있다.


'저 고과 잘주셔야 되요~~~'

'그건 제가 출장다녀와서 직접 보고하면 안될까요?'


그리고 가끔 컨설팅 업체를 폄하하고 마치 그들과 경쟁하는 듯한 어처구니 없는 모습까지도 보이는

아직은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초짜...


저걸 너무 빨리 키워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든다.

받아주는 건 이제 적당히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거리감을 두어야지.


세상에 위로 힘든 관계가 하도 많다고 하나,

아래로도 은근히 신경쓰이는 관계도 많으니,

뭐하나 쉬운 '사람사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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