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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 May 12. 2018

나이듦

보철을 처음 할 때는

과연 의사말대로, 새 걸로 바꿀 날이 올까 싶었다.


몇 주 전 양치하다가 철컹, 금니 한 개가 빠진게 계기가 되어

미루고 미뤄뒀던 치과 검진을 갔다.


내가 다니는 병원은 '원하는 하는 만큼 마취를 해준다는 이유'만으로도

내 인생 치과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1분 거리지만 집에서는 회사만큼의 거리가 좀 아쉬울 뿐이지만.


몇년 만에 보는 의사는 이미 보철이 빠진 것 말고도 꽤 오래돼 보이는 다른 두 놈의 교체가 필요하단다.

사실 아주 오래 전에도 다른 병원 의사가 똑같이 했던 얘기다.


두려웠다.

보철 밑의 이빨이 과연 어떤 상태일지..

필경 혐오스러울 정도로 썩어버리고 세로로 금도 가버려서(가로보다 세로로 간 금이 더 위험하다고 한다.)

신경치료? 최악의 경우 또 임플란트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의사는 보철을 떼어내느라 한참을 옥신각신 한다.

결국 그들의 민낯은 드러났고

의사는 뜸들이지 않고 진단결과를 말한다.


생각보단 양호하네요, 접착제 썩은 부위만 제거하면 됩니다.


????


이럴수가. 뭔가 더 있을텐데... 이 의사 너무 대강하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내 귀를 의심했다.


행복했다.

실컷 마취를 한 덕분에 스케일링도, 충치제거도, 어떤 것도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자연스레 힘이 모아지는 어깨근육에게 말은 건다, 릴렉스 릴렉스.. 그럴 필요없어. 긴장하지마

거의 끝날 즈음까지 나는 심지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신이 안정되어 있었다.

아, 역시 내 인생 치과...


요즘은 금보다 지르콘이란다. 바로 옆에 있는 내 회사 덕분에 할인을 받아

이빨 3개에 160만원. 최소 몇 백을 우려했는데 다행이 백만원 대에서 그쳐

이 또한 다행이다.


보철이 수명이 다해 새 걸로 갈아끼우게 된

지금 내 나이 마흔 셋...


죽기전에 몇 번 더 갈아 끼울라나?

우리 엄마는 소싯적 한 야매 금니를 아직도 멀쩡히 사용하신다는데...


이것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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