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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 Sep 30. 2018

너무도 긴 주말

요즘 들어 토요일, 일요일이 너무 길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

백수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무직인 사람들이 그렇게 느낄 법한테

평일이 전쟁같은 내가 느끼는 주말은 길기도 길지만

고통으로 연명하는 듯한, 아주 불쾌한 시간들이다.


행복했던 순간이 없다.

차라리 평일에 욕을 날리며 일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내게는 유일한 '긍정적'인 기분으로 느껴질 정도로.


아주 심플하고 평범한 순간에서 오는 기쁨을 잃은지는...

..... 생각해보니 결혼하고 1년 정도이후부터는 계속 미제라블한 상태...


누구에게 내 행복을 의탁하는 성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 그 모든 불행의 원인으로 단연 前/現 가족을 꼽는다.

과거형이 되어버린 시모, 애들아빠,

현재형이면서 미래형일까봐 두려운 아이들.

큰아이와의 골은 어느정도 물리적으로 확인이 됐고 거기서 오는 상처는 아물었다.

그러나 그 골을 확인하기전으로 내 모성의 깊이가 유지될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둘째아이.


단순히 큰애처럼 뇌의 발달속도가 더뎌서 저러는 거겠지.. 하고 사는데

오히려 큰애 때는 없던 두려움과 섬찟함이, 그 아이 눈을 볼때마다 느껴지곤 한다.


큰애가 ADHD로 극한의 상황에 치닫던 초등 고학년~ 중등 초까지

정말 내 이성을 놓게 되는 상황이 되어 손찌검을 해도

큰애는 거꾸로 나를 때린 적이 없다.

둘째는...

내가 때리면 이를 악물고 살의를 가지고 녀석도 나를 때린다.

그 마음... 큰애에게 없던 그 마음이

둘째에겐 있다.


폭력은 왜 가했냐고.

이성을 놓았지.

아주 단순한 예를 들면, 목욕할 시간이 됐는데도 게임하느라 '나중에', 결국엔 '싫어', '내가 왜 해야되는데', '딴 애들은 매일 안씻어'... 등등등

초등4 한테 유치원생한테나 하는 잔소리를 매일 똑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고역인지.

매일 그걸로 싸우고 나는 목이 아프고 스트레스받고 그 걸 핑계삼아 난 또 폭음을 해버리고.

악순환의 반복, 그게 내 일상이다.


어쨌거나 11살 자식의 물리적 반항을 겪으며,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저 놈.. 나를 죽일 수도 있겠구나...

녀석은 두번이나 나를 경찰에 신고했다.

물론 지 아빠를 신고한 횟수는 나보다 좀더 많은 걸로 기억한다.


나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인간들이 대물림을 한다.


진정으로 저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길 원한다.

하지만 둘째는 내가 법적으로 양육해야하는 책임이 있기에

설사 그게 없더라도 ... 뉴스에서처럼 언젠가 아이에게 내가 죽임을 당할지라도

나는 녀석 옆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다만 고통이라도 없으면 좋겠다.


한가지 확실히 아는 건, 나는 누구에게서도 상처받아서는 안되는 사람이라는 거.

어느 누구도 나를 불행하게 할 수 없다는 거.

그게 설령 내 피붙이일지라도.


나도 좀 행복해지자.

행복까진 욕심인가... 그저 유투브같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거 말고

사람 앞에서 말이다, 서로의 사이에 따뜻한 무언가가 작은 개울처럼 흐르듯이...


난 방금 그렇게 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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