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by 영자

나에게도 모성이 있는 줄 알았다.

시댁에서 큰애를 들쳐업고 뛰쳐나왔을 때도 난 그게 아이에 대한 모성인 줄 알았다.

그런데 둘째를 낳고 나의 인내심의 바닥을 매일, 매시간 확인하면서

그건 모성이 아닌 싸움상대에게 '내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집착이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진짜 모성은 나보다 오히려 남편이 한수 위다.


작은 애는 재워놓고 비로소 내 공간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난 아이 옆에 붙어서 눕지도 않고 핸드폰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아이는 항상 그런 엄마가 불만이다.

좀 누워서 같이 자...

하지만 대부분이 사실이기도 했지만,

소화가 안돼서 안돼.

그럼 아이는 짜증을 내고, 나는 열중 일곱은 같이 짜증을 낸다.


오늘 같은 날도 같이 코인 노래방에 가기로 했다.

공부를 질색하는 아이에게 학습지를 다하면 가주겠다 급히 약속에 조건을 내걸었다.

아이는 쉽게 응했고, 하는 둥 하더니, 역시나 슬슬 말을 돌린다.

엄마 갔다와서 하면 안돼?

....

난 잠시라도 표정관리라도 해야겠어서 시간차를 두고

안돼, 그랬다.

역시 또 아이는 아기마냥 칭얼대고 짜증내고 조르고...

나 역시 그 이상 화를 내고 욕을 하고 맞짜증을 퍼분다.


아이는 더이상 가망이 없다는 걸 알고는 집회에 나가있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아빠가 있는 곳으로 나가버렸다.


나도 그곳에 더 있을 이유가 없어서

짐을 챙겨서 여전히 잠을 쳐자고 있는 큰아이 방 앞을 휑 지나, 집밖으로 나왔다.


그러고 나의 집으로 돌아와

청소를 하고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고 한참 수다를 떨고

함박눈이 쏟아지길래 묶혔던 카메라를 꺼내 몇장 찍고

그러고 허기를 느껴 카프레제에 초마늘, 초콩을 함께 내어

마치 암수술 이후 회복이라고 하는 환자마냥 조물조물 채하지 않게 잘 씹어넘긴다.

그래 암환자라 생각하고 먹는게 좋겠다. 그러고는 픽 웃음이 난다. 영양가 하나 없는, 공허한 헛 웃음...


눈발이 굵어졌다.

어디 갈곳을 미리 예약하지 않는게 다행이다.


나도 좀전에 통화한 그녀처럼 - 그녀는 세아이지만 나도 그에 못지 않은 두아이 - 아이들을 뒤로 하고

이혼도장을 찍고 따로 나와 살수 있을까.

지금 같은 기분과 되먹지 못한 인내심 따위라면 충분히 그렇게 하고도 남을 것 같아

좀전에 먹은 마늘냄새가 역한 기분과 함께 올라오는 기분이다.


완벽한 별거도 아닌 이런 생활... 오히려 이 생활의 혼란스러움이

나의 우울을 가중시키는 것 같다. 그렇다고 다시 들어가

이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나와 다른, 너무나 달라 내 몸과 정신을 힘들게 하는' 그들과 다시 같은 생활권에 속하고 싶진 않다.


오랜만에 눈이 많이.. 그리고 오래 내려서 좋다.

당분간 휴가이니 더 많이 내려서 세상이 완전히 멈춰버려도 좋을 듯 싶다.


자 이제 남은 오늘 하루를 또 뭘하고 보내야하나...

확실한 건 오늘 잠기들기전까진 다시한번 그들의 공간에 기어들어가 둘째에게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등한번 쓱 긁어주고 잠을 재워줘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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