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날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일어섰다가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어쩌면 그토록 슬픈 감정이 난데없이
모든 게 비어있을 아침의 육체를 압도해버릴 수가 있었는지...
너무 아프고 아쉽고 슬퍼서 내 손으로 한 동안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유인 즉슨,
정확히 기억 나진 않지만 그날의 '꿈' 때문이었다.
내 서툴고 느리고 어리석은 행동때문에 따라가야할 이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이별하고, 결국 난 혼자 따로 떨어져서
어느 종교 복지시설에서 내 여생을 그곳의 사람들을 돌보며 보내야하는 상황이었다.
좋은 곳이었다. 좋은 일을 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곳에서 덕을 쌓는 일에 대한 기대보단 내가 놓쳐버린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짙고 커서
가슴을 뜯고 싶을 정도로 아팠다.
내가 놓쳐버린 건 무엇이었을까.
혹시 지금 내 주위에 있는 데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누군가 경고하는 것일까..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했다.
가장 걱정했던 재산분할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보단,
" 애들은 당신이 키우던가... 친권, 양육권 다 줄께, 원하면. "
" ... 아니야 당신이 다 가져. "
" ... 그래? 그러지 뭐. 나야 바라던 바지. "
아이들 문제가 컸다.
" OO, OO아 너희들 엄마랑 같이 살자, "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게도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누가 키우던 계속 왕래는 할 거고 내가 그 아이들의 엄마임은 달라지지 않아서
이혼이 두렵진 않았는데 ...
막상 아이들이 아빠를 선택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배신감은 둘째 치고,
우주에 나혼자 버려진 것 같은 절대 고독이 나를 또 덥쳤다.
얘들아...
내가 좋은 엄마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쁜 엄마는 아니었잖니...
차라리 나는 속으로 울고 있었다.
누가 키우던 상관없다던 그 마음은 어디로 갔는가.
왜 갑자기 없던 모성이 폭발하여 아이들을 취하려 하는가...
결론적으로는 나쁜 엄마는 아니었다고 해도
아이들이 믿고 따라올 수 없는 엄마라는 것이 아닌가.
그게 나를 무너뜨렸다.
아무리 꿈이지만 그 또한 너무 슬퍼서
깨고 나서도 한동안 멍해 있었다.
만약 진짜로 이혼을 하게 된다면
나는 쿨(?) 하게 남편에게 아이들을 보낼 수 있을까?
진짜 주민등록 상에 달랑 내 이름 하나 남게 됐을 때
나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쉽게 생각했던 것들이 결코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쩌면 차악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먼저 우리 가족의 집을 나오고
몇개월 후에 드디어 시모가 입주하여 그것도 내방을 본인의 방으로 쓰기 시작했다.
상처를 준 자는 자신이 어떤 상처를 줬다는 건 어렴풋이 기억해도
그걸 받은 자가 느꼈을 감정은 망각한다.
그래서 시모는 처음 오던 날 나를 반겼다.
그러나 나는 웃지 못했다.
그리고 시선을 마주칠 수도 없었다.
" 죽기 전에 아들 옆에 있을 요량으로 왔는데 ... 어째 몸이 더 좋아져 ... 빨리 죽어야 할 텐데... "
나와 시모간의 과거의 일을 모르는 내 아이들은 둘사이를 의아해한다.
한번은 술이 취해 아이들에게 쓸데 없이 옛날 일을 얘기해버렸다.
그래 너희라도 좀 나를 이해해주길...
녀석들은 그제서야 엄마가 왜 그렇게 친할머니에게 대면대면한지 이해하는 것 같았다.
큰일이다.
항우울제, 항갈망제가 잘 듣지 않는다.
다시 우울은 깊어졌고 술에 대한 갈망은 증폭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진지하게 다시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
내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이렇게 만든 두 장본인... 그들과의 인연을 끊지 않는 이상
나는 건강히 남은 삶을 살긴 어려울 것 같다.
내 친구는 아이 셋을 두고도 쉽게 이혼해서 따로 잘 살고 있지만...
나는 이혼하더라도 아이들을 떠나서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집을 좀더 넓혀 아이들과 함께 따로 살까... 도 생각중이다.
내 정신과 주치의는 이렇게 말한다.
"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한 병은 낫지 않습니다. "
' 알아요, 어떻게 해야 과거를 떨쳐 내느냐고요... '
수도없이 용서해보려고 했다. 이해해보려고 했다.
머리는 그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내 심장... 내 피, 털 그 모든 것들이 거부한다.
나란 인간 참 편협하다... 이 정도 그릇 밖에 안되는 건... 나도 어찌할 수 없지 않겠는가.
브런치에 썼던 글에 안티성 댓글이 달리면서
이 또한 내 속을 편치 않게 한다.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편협해, 베베꼬인 것 이상이야, 남들입장에서 좀 가려써, 넌 뭐 잘났냐?
재수없게 글을 쓰는 것도 참 재주다...
뭐 나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댓글에 또 댓글을 달까 하다가 말았다.
귀찮기도 하고 글쓰기도 참 조심해야할 게 많다는 교훈도 얻었으니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슬프면 폐가 안좋다고 했나.
화는 위를 병들게 한다고는 들었다.
일련의 슬픈 꿈과 현실의 일들...
떨쳐내려 발버둥치진 말자. 가슴을 치진 말자.
그냥 내 감정이 그렇다면 그냥 그렇게 느끼고 있는 나를 저 멀리서 바라보자.
마흔 둘의 비루한 몸뚱이의 불량하고도 외톨이인 여자가
스스로 치유해보겠다고
참 열심히도 끄적댄다.
그렇다고 비꼬지 말자. 내가 나를 따뜻하게 뒤에서 안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