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들이 외식하자고 난리를 쳐서
곱창집에 간것이 화근이었다.
그간의 금주가 허무하게
곱창앞에서 무너졌다.
소맥을 시키고
나와 남편은 사이좋은 부부마냥
술을 주고 받았다.
오랜만의 술이 그리 맛있지는 않았다.
항갈망제가 온몸을 지배해온 때문이겠지.
게다가 곱창모듬은 대분분 질겼다.
그동안 왼쪽 턱이 아파왔는데 곱창을 씹느라 통증은 더 커졌다.
그저 애들이 틱없이 외식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했다.
애들이 잠시 화장실을 가고
남편과 둘만 있게 된 때부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결국 난 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화장도 지우지 못한채 아이옆에 쓰러져 자고 말았다.
약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 다음날 숙취가 곱절이 된다. 하루의 2/3이 지난 지금에야 간신히 두통이 사라졌다.
남편이 유독 살갑게 대한다.
아침에 해장주스를 만들어 주지 않나,
이것저것 만들어 먹어보라고 하지 않나,
기어이 안주류와 술을 펼쳐놓고 나를 부른다.
이런식이다.
내가 취해 있으면 날이 서 있지 않은 정신상태의 나에게 화해의 손짓을 보내거나,
그런 상태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성욕을 풀기도 했다.
결혼생활 십팔년동안 자연스럽게 형성되어버린
그의 이런 모습이
나는 환멸스럽다.
지금도 아이때문에 함께 있는 이 공간이
싫다.
어서 밤이 찾아와
나는 둘째를 재우고 내 공간으로 돌아가야한다.
다시 머리가 아파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