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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미 스토리텔러 Nov 18. 2022

태극, 강풍 속 산책은 계속된다 쭈~~~ 욱

남부 캘리포니아에는 한 번씩 강풍이 분다. 산타아나 윈드(Santa Ana winds or Devil winds)라 불리는데 시속 80~100km/h의 건조하고 강한 바람은 이따금 산불이나 정전을 일으키기 때문에 기상 예보를 참고하며 바람이 지나갈 때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강한 바람의 소리 듣고 가실께요~


산타아나 윈드는 가을에 주로 발생하지만 다른 시기에도 발생하고 이 강풍이 발생하면 남부 캘리포니아 해안에 일 년 중 상대적으로 낮은 습도를 가져오고, "아름답게 맑은 하늘"을 가져온다. 이러한 낮은 습도는 따뜻하고 압축적으로 가열된 기단과 높은 풍속이 결합되어 치명적인 화재 발생을 위한 기상 조건과 파괴적인 산불을 발생하게 한다.


이미지 출처: Google.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 백구 태극이는 산책을 강행해야만 한다. 깔끔한 진돗개 특성상 밖에서의 생리현상 해결이 바람에 먼지를 듬~뿍 먹더라도 우선시 되기 때문이다. 그까짓 먼지쯤 집에 돌아와 물 1리터 정도만 마시면 해결될 것 아닌가?



산타아나 윈드가 무서운 이유는 건조한 날씨에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면서 혹은 전선이 끊어지며 산불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강풍 속에 발생한 산불의 진화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소방관들도 바람의 방향이나 진행을 지켜보며 주택가로 번지지 않도록 지켜보게 되는데, 바람에 날린 티끌 하나에 불은 더욱더 커지게 되서 소위 말해  '불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상황이 발생한다.

내가 사는 이곳도 2년 전, 근처 도시에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이곳까지 번져 도시민 전체가 대피했었다. 그 날도 이른 아침 태극이와 함께 산책을 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그 연기가 강풍을 타고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밀려옴을 발견함과 동시에 집으로 뛰어와 대피 준비를 했다. 중요 서류와 여권 등을 담아 놓았던 박스(위급시 대피를 위해 항상 준비되여 있는 것)와 세면도구, 옷가지 그리고 태극이 물건들을 차에 싣고 있는 도중, 대비 명령이 핸드폰마다 알람을 울려댔다.  


이미지 출처: Google.com 2020.10. 27 뉴스


그래도 오늘 부는 산타아나 윈드의 위력은 조금 약한 듯하고 온도를 많이 올리지 않아 섭씨 25도 정도를 유지하고 있고 24시간 정도면 강풍도 사라진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이런 강풍이 불면 전기 회사에서는 산불이 발생할 것을 염려하여 강제 단전을 하기도 한다.


강풍 속에 걸어도 늘 차분한 너의 모습은 참 놀랍구나.


거리를 걷다 보면 태극이는 늘 뭔가를 쫒고 있다. 다른 개들의 냄새를 쫓아 킁킁거리며 코를 땅에서 떼지 못하고 있고, 다람쥐들의 움직임을 쫓아 나무 위를 살피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상황은 야생 코요테가 동네를 어슬렁 거릴 때이다. 집들이 지어지기 전 이곳은 허허벌판이었으며 토끼들이 뛰어다녔고 그 토끼를 먹이로 잡는 코요테들의 서식지였다. 동네가 커지며 토끼들과 코요테들이 점점 살 곳을 잃어 좁아진 그들의 영토가 멀리 있지만 여전히 그 동물들은 가끔씩 주택가까지 사냥을 온다.

아직 야생성을 갖고 있는 태극이는 코요테를 발견하면 도망이 아니라 코요테를 향해 뛰어가려 몸부림을 친다. 내가 단단히 가슴 줄을 잡고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지만 마른 근육질의 태극이는 참 힘이 좋아 나를 이기려 한다.  그런 이유로 나의 팔힘은 강해져야만 하고 내가 만약 끈을 놓이면 태극이가 코요테에게 달려가 싸우게 됨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므로 나는 오늘도 아령을 좀 들어야겠다.

  

너란 녀석, 얼굴 사진 찍기는 참 힘들구나


태극이의 규칙적인 생활이 가끔 아주 가~~끔 나를 피곤하게 하지만 그래도 난 여전히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돌볼 것이다. 태극이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반려견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가 주는 행복 또한 크므로 난 태극이를 위해 오늘도 소고기를 굽고 있다.


가을인듯하였으나 나뭇잎들이 강풍에 모두 떨어져 버린다


#미국진돗개#캘리포니아#산타아나강풍#산불#강제단전#야생코요테#소고기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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