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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미 스토리텔러 Dec 13. 2022

비가 개인 후, 태극이의 산책 길

캘리포니아에 비가 오는 걸 보니 겨울이다.  12월 10일 토요일 오후부터 시작된 비는 월요일 아침이 되어서야 멈추고 눈부시게 맑은 하늘과 빛나는 태양을 쏟아냈다.


항상 맑은 날의 연속이라 계절의 큰 변화를 모르고 살다 보니 비도 눈도 보고 싶다는 맘이 드는 건 남들 다 부러워하는 캘리포니아 날씨를 갖고 살며 복에 겨운 과욕일까?


비가 와도 날이 더워도 진돗개 우리 태극이의 산책은 건너뛰어서도 멈춰서도 결코 아니 된다. 일요일 시간이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갈 즈음, 하늘이 잠시 구름을 거두었다.


이때를 이용해 태극이의 늦은 아침 산책은 시작되었다. 가랑비에 소중한 우리 태극님의 털이 젖을 것에 대한 염려와 낮은 온도에 감기라도 걸릴 것이 걱정되어  태극이의 코트를 꺼내 입혔다.



밖에 나와보니 거리도 나무도 공기마저도  촉촉함이 가득하여, 싱그러운 산소가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느낌에 숨 쉬는 게 참으로 즐겁다. 평소의 건조함이 사라졌다는 게 이렇게 좋은지 새삼 느끼게 된다.


다른 견주들 보다 한 발 앞서 나왔더니 텅 빈 거리를 태극이 가슴 줄을 바투 잡지 않고 유유자적 걷는 자유를 만끽해 본다. 이와 함께 내 마음도 여유가 생겨 흙탕물에 태극이 발이 빠져도 태극이 옷과 배에 흙이 튀어도 다시 세탁과 목욕을 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개의치 않는 자애로운 나를 발견한다.



아이들 웃음소리 가득했던 놀이터도,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며 공을 바스켓으로 마구마구 던져 넣던 청소년들로 가득했던 농구장도,

주말 아침 사커맘과 싸커 대디들의 응원에 힘입어 축구공을 따라 우르르 달려 다니던 축구클럽 예비 국대 꼬마들의 축구장도 텅 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마냥 좋기만 하다.

주변 사람들과 다른 반려견들을 신경 쓰지 아니하고 혼자여서 좋고,

함께 옆을 아니 앞에서 걷는 태극이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줄 수 있어서 더욱더 좋다.




해가 짧은 요즘에는 오후 5시가 되면 밖은 어둠이 가득하다. 이 때문에 평소 저녁 산책을 4시에 출발하였으나 오늘은 오전 산책이 늦었었기에 6시가 다 된 시간에 손전등을 챙겨 또다시 밖으로 나갔다.


사람도 다른 반려견도 역시나 또.없.다.

여기도 역시 미국이라 밤에 움직이지 않는 게 상식인데 이는 위험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기 위함이다. 그래도 이도시는 안전하다는 믿음 하에 태극이의 밤 산책은 마무리되었다.



돌아오는 길, 이웃집의 화려한 장식들 앞에서 태극군의 2022년 크리스마스 인증샷을 찍었다.

태극이는 울지도 않았고 엄마 말도 잘 들었으니
산타할아버지로부터 어떤 선물을 받고 싶니?


#남부캘리포니아#우기#반려견#산책길#크리스마스장식#사커맘#사커대디#겨울코트#크리스마스선물#산타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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