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신분이던 시절, 가장 기다려지던 시간은 역시 방학이죠.
학교를 다니며 하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방학만 하면 다 해버릴 것처럼 방학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늦잠자기'였는데, 학기 중에는 등교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일어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10분만 더, 5분만 더"를 외치며 이불속에서 미적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미국의 학생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 받던 수업과 숙제, 시험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는 시간이 바로 방학이죠.
특히 미국의 여름방학은 대략 3개월 정도로 아주 긴 기간인 반면, 겨울 방학은 크리스마스부터 연초로 이어지는 2주, 봄방학은 4월 초에 1주로 짧은 기간입니다.
긴 여름방학 동안 대학생들의 경우, 여름학기라 하고 수업을 수강하여 학점을 미리 받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기도 합니다.
중고등학생들은 방학숙제가 없는데 놀기만 할까요? 당연히 그럴 리가 없죠.
어린 학생들은 썸머캠프에 참여합니다. 주로 스포츠나 미술, 자연학습과 같은 신체활동 및 놀이 위주의 캠프에 참여하여 본인의 관심분야에 따라 나름 즐거운 여름방학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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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등학생들은 조금 많이 바쁜 생활을 하는데, 사실 한국이랑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다음 학년을 위한 선행학습을 하거나, 고등학교 졸업을 위한 학점이 부족할 경우 추가 수업을 듣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의 고등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11학년을 마친 학생들의 여름방학은 학교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12학년이 되자마자 시작하는 대학교 원서접수 준비를 방학 동안에 미리 해놔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들에 대해 미리 정보를 찾고, 그 대학들이 필요로 하는 성적이나 SAT 또는 ACT 시험을 준비하고, 추가로 봉사활동이나 특별활동 등을 해야 합니다. 지원서에 작성해야 하는 에세이 대부분이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되므로 많은 경험은 에세이 작성 시 풍부한 이야기로 자신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대학교 지원자가 의대 진학이 목표라면 병원이나 양로원등 자신의 전공에 관련된 봉사활동은 도움이 많이 됩니다. 봉사활동 또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어야만 입학 사정관 (College admission officers)의 눈에도 지원자의 열정이 크게 부각될 수 있겠죠.
오늘 제가 사는 동네의 초등학교는 내일이 학교의 마지막 날인지 학교 주변이 떠들썩합니다.
마지막 날은 학교에 왔다가 오전 중에 바로 마치는 관계로 오늘 전교생이 모여 행사를 하네요.
빨간색 텐트아래 학부모들은 1년 동안 수고한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하고, 고학년 학생들은 선생님팀과 소프트볼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학년 학생들은 의자에 앉아 경기를 관람 중이고요.
물론 선생님 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이곳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격이 없이 친구처럼 지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도 선생님을 어려워하지 않는 듯하고요. 제 아이의 경우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과 아주 친하게 지냈는데 선생님 생일에 자작시를 써서 선물하고, 그 선물을 받은 선생님은 가족 모임에서 선물 받은 시를 낭송하며 서로에 대한 감사를 과시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쌓인 감사는 학년을 마무리하며 아이들이 선생님께 작은 선물을 하는데 보통은 꽃을 선물하거나 초콜릿 한 상자, 또는 $20짜리 커피 기프트 카드와 함께 감사카드를 전합니다. 크고 값비싼 선물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고마움과 존경이 듬뿍 담겨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긴 여름방학 동안 즐겁고 건강하게 생활하여 모두가 행복한 모습으로 9월의 새 학기를 시작했으면 하는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