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미 스토리텔러 Nov 09. 2023

막걸리 익어가는 냉장고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술 문화는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중요한 문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술과 함께 하면 (興)이 높아지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가까워집니다. 

적당한 알코올 섭취는 기분을 좋게 하는데, 가끔 지나치면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니 항상 정도를 지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술을 많이 즐기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과 목이 붉어지는 이른바 아시안 홍조 증후군(Asian flush syndrome  또는 아시안 글로우- Asian glow) 때문이랍니다.


그러던 중 주변에 아는 분이 직접 생막걸리를 주문과 동시에 생산하는 곳을 발견했다며 저에게도 선물로 배달 서비스까지 해 주시네요. 



안내문도 동봉해 주시는 꼼꼼함에 감사하며 찬찬히 읽어보니 젊은 청년이 CEO인데 한류에 동승한 한국 막걸리의 세계화가 목표인듯하여 멋져 보입니다. 또한 요즘 창고형 마트인 COSTCO를 방문해 보면 한국 소주인 '처음처럼'과 '참이슬'이 가득가득 쌓여있어서 제 어깨가 이유 없이 들썩거릴 때도 있답니다. 


안내문에 숙성 과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내용이 있어 바로 마시지 않고 일단 냉장고 안에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그러다가 궁금증 해결을 위해 받은 지 1주일 만에 한 병을 조심스레 개봉하여 맛을 봤습니다. 역시 제 입맛에는 시간이 더 필요했나 봅니다. 강한 씁쓸함과 뭔가가 2%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눈앞에 보이지만 그래도 좀 더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겠습니다. 



4주간 숙성의 시간도 보냈고 개인적으로 오늘은 특별한 날이고 하니 또 한 병을 조심스레 열어 맛을 봅니다. 

오호... 새로운 맛이 되었네요. 부드러운 목 넘김과 깔끔한 뒷맛이 어린 시절 논에서 일하시는 아버지께 가져다 드리다가 살짝 맛보던 바로 그 막걸리 맛입니다. 


술도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듯 누구나의 인생에도 적당히 참고 인내해야 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가 범했던 실수처럼 너무 일찍 뚜껑을 열어버리면 쓴 맛을 경험하게 되겠죠?


오늘도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태양, 달, 그리고 지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