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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미 스토리텔러 Oct 20. 2023

짙은 안갯속의 산책


낮 최고기온 31°C, 밤 최저기온 16°C

요즘 남부 캘리포니아의 일교차가 15°C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침에 느껴지는 서늘한 온도에 긴 옷을 입고 하루를 시작하지만 한낮이 되면 날씨 뉴스에서 예보된 것과 같이 30°C를 웃도는 온도에 다시 반팔 옷으로 바꿔 입어야 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큰 일교차는 지표면 가까이에 안개를 만들어 아침이 밝아 오며 시작되는 태극이의 산책길이 짙은 안갯속에서 촉촉하고 몽환적 분위기의 길이 만들어집니다. 물론 시야확보가 잘 되지 않으므로 주변을 잘 살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치 있는 이 분위기는 참 좋네요.



오늘 아침에도 짙은 안갯속을 걸어야 해서 확보되지 않는 가시거리 때문에 도로의 좌우를 잘 살피며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 태극이는 '안개 따위가 무슨 내 앞길을 막을쏘냐~' 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리를 누비며 여기저기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찾고, 이곳저곳 신나게 영역표시도 하며 산책을 하였답니다.



저는 혹시나 가끔 동네를 배회하는 야생동물 중 제일 무서운 코요테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도망을 갈 것인지 미리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걸음을 옮기던 중이었습니다.

그. 런. 데

저 혹시 점쟁이일까요? 상상으로만 했던 일을 불과 5m 앞, 길 건너에서 현실로 보게 되었지 뭡니까? 그것도 사냥하는 코요테와 그 앞에서 도망치는 토기가 골목길 안갯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왔습니다. 저는 심장이 얼어붙는 놀람 속에서도 지체 없이 뒤 돌아 태극이의 리드줄을 생명 줄이라도 되는 듯 꼭 부여잡고 반대 방향을 향해 냅다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다행히 코요테를 보지 못한 태극이는 영문도 모른 채 그저 즐거운 조깅으로 느껴서 인지 반항 없이 우리와 함께 달리기를 했죠.


오늘 아침에는 어떠한 예감이 있어서였는지 불행 중 다행으로 딸아이가 함께 나가 주어 공포감이 조금은 덜 하였습니다.  물론 코요테도 판단능력이 있는 동물이니 우리를 직접적으로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곁에서 함께 뛰는 태극이를 상대할 가능성은 매우 높았으니까요.



짙은 안개를 만킥하며 여유로왔던 태극이의 아침 산책은 이렇게 급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래도 안개와 코요테와 잡히지 않았을 거라 믿고 싶은 토끼가 함께 했던 스릴 넘치는 아침이었습니다.

내일 아침도 혹.시.나역.시.나로 바뀌는 이변은 다시 발생하지 않겠죠?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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