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이는 가족과 함께 단풍구경에 나섰습니다. 긴 시간 동안 차 안에서 불편할 거란 염려가 무색하게 뒷자리에 누워 편안하게 꿀잠을 자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가족들과 함께한 여행이 10년을 너머서니 이제는 호텔에서의 생활도 전혀 불편함이 없어 보입니다. 평소에는 태극이 혼자 호텔 침대에서 낮잠을 즐기며 가족들이 돌아오길 기다렸습니다. 태극이를 남겨두는 것에 맘이 편치 않았지만 반려견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곳도 있고, 낯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불안해할 태극이와, 사교적이지 않은 성향으로 인해 혹시 모를 '개물림' 사고가발생할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방문한 곳은 사람들이 많은 곳을 배재하고 조용하게 포플러 나무들의 노란 단풍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므로 태극이와 함께 첫 산행에 도전하였습니다.
자연은 파란 하늘 안에 그려진 흰구름, 그 아래 아스펜 나무들의 화려한 황금빛을 호수와 함께 수놓으며 걸작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우리 태극이는 어떠했냐고요? 정말 거짓말 쪼~~금 더해 산길을 훨훨 날아다니는 산악전문 진돗개 인 줄로 착각할 정도로 자연 속에 푹~~ 빠져서 즐기고 있었습니다. 한치의 망설임이나 조금의 거침도 없이 바위도 오르고 젖은 습지 주변은 발이 젖어드는 것도 개념치 않고 앞장서 나아갔습니다. 제가 조금 걸음을 빨리하여 태극이보다 앞서 가면 기필코 종종 달리기를 하여 제 앞에 서서 걸으며 저를 이끌곤 하였답니다.
산 위에서 만난 호수 주변에 이르러 서는 갑자기 모델 놀이에 푹 빠진 듯 멋진 자세를 잡고 앉아 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산과, 그 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이 만든 멋진 호수가 태극이 뒤로 환상의 배경이 되어주었답니다. 저희 주변의 몇몇 관광객이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자주 보는 종류의 개가 아닌 탓에 태극이에 대해 물어봅니다. 저는 또 속없는 주인답게 태극이 부모들이 한국에서 왔으며 한국 전통의 진돗개임을 자랑스럽게 설명하고 있네요. 저 쫌 팔불출인가요? 네, 쫌이 아니라 많이 그렇네요.
가끔 다른 등산객의 개들이 목줄이 풀어진 상태로 이동해서 깜짝 놀라 옆으로 비켜 서기도 하였지만 우리 태극이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산행을 잘 마쳤답니다.
처음이 아닌 것처럼 자유롭고 익숙하게 산행을 했던 태극이는 호텔에 돌아오자마자 저녁식사도 마다한 채 침대 위에 누워 꿀잠을 자고 있습니다. 꿈에서도 노란 단풍 숲 속을 걷고 여기저기 호기심 가는 데로 돌아다니는지 잠꼬대까지 심하게 하는 밤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뜬 눈으로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워야 하는 건 아니겠죠?
저는 가끔 상상해 봅니다. 과연 진돗개와 캠핑을 함께 한다면 안전할까에 대해서 말이죠. 깊은 숲 속에는 곰도 살고 있고, 사막과 같이 건조한 산에는 푸마도 살고 있는데 혹시 우리 집 태극이가 저들의 도시락이 되어 버리지는 안을까 해서 말입니다. 오래전 캐나다에서 알곤킨 국립공원으로 가을 캠핑을 갔었는데 너구리들이 저희들의 식량이 보관되어 있던 텐트를 방문하여 생라면을 분말수프까지 말끔히 야식으로 먹고 갔던 경험이 있었기에 더 걱정이 됩니다.
야생 동물들은 후각이 더욱더 예민하게 발달되어 있어서 혹시 태극이랑 함께 동침하는 텐트를 공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에 아직까지 캠핑은 도전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가족들과 좀 더 다양한 해결 방법을 찾게 되면 캠핑도 도전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