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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미 스토리텔러 Apr 26. 2022

친구야, 너의 손이 사라질 수도 있단다

너네 강아지 귀여운데
내가 좀 쓰담 쓰담해 봐도 될까?
우리 태극이는 지금 강아지가 아니지.
그리고 쓰담쓰담은 해도 되는데
잘못하면 너의 손이 사라질 수도 있는데
괜찮겠니 친구야?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운전해 주는 차 뒷자리에서 딸아이와 딸 친구가 나눈 대화이다.

이 대화를 들으며 난 정말로 많은 반성을 했다.

우리는 '진돗개'에 대해 전혀 공부도 하지 않고 데려와 키우고 있는 일자무식 가족이라는 것을.....


우리는 그저 태극이랑 예쁘다 귀엽다만 하고 있지 정작 태극이가 다른 개들과 함께 어울려 놀거나 다른 사람들과 친절하고 사교적이지 않아 절대 가까이 다가올 수 없어도 천성이 그렇다며 훈련을 등한시한 게 사실이고 이게 크나큰 실수라면 실수였다.


진돗개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이는 좋은 쪽으로 해석해서 그렇지 달리 해석하자면 사회성이 떨어지고 낯선이 들을 몹시도 경계한다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어려서부터 다른 개들이나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많은 훈련과 그 대상들에게 노출을 자주 시켜야 한다.


실질적인 예로 2010년 LA 경찰국은 전라남도 진도에서 3개월 미만 강아지 100여 마리 중 수컷 3마리와 암컷 1마리를 경찰견으로 교육시키기 위해 입양해 갔다. 그러나 2011년, 입양해 간 진돗개들이 경찰견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최종 결정으로 하였고 훈련 중이던 개들은 경찰관이 입양해 갔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충성심 때문인 것이다. 처음 만난 트레이너에게만 충성할 뿐 그 이후에 만난 트레이너들은 모두 낯선 사람이라 판단하고 강한 공격성을 보여 훈련을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태극이도 강아지 때부터 동물 전용 유치원도 다니고 낯선이 들을 자주 만났다면 사교적이었으려나?


진돗개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명석한 두뇌 회전력과 리더십'이다.

LA경찰견에서 탈락 이유로 기분이 급변(moody) 한다는 것이었다. 진돗개들은 짧은 시간 내에 분위기 파악을 마치고 본인의 기분에 따라 훈련을 하고 싶으면 트레이너의 지시에 잘 따르다가도 하기 싫거나 본인보다 서열이 낮다 판단이 서면 지시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훈련견들의 리더가 되어 다른 견들을 우르르 몰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나도 가끔 태극이가 내 말을 무시하고 갖고 오라는 장난감도 안 갖고 오고 산책하려고 가슴 줄을 할 수 있도록 발을 들라고 하면 멀리 달아나는 등의 행동을 보이며 장난을 치곤 하는데 아마도 나를 저보다 낮은 위치라 생각해서 그랬나 보다. 음... 생각할수록 괘씸하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 모든 사태는 우리 태극님의 잘못이라기보다 공부도 하지 않고 대책 없이 데리고 와서는 예쁘다 귀엽다 사랑만 듬뿍듬뿍 퍼부었던 우리들의 잘못이 만들어 낸 결과인 것을....

그저 겸허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더욱 조심하며 함께 생활하면 되는 것이다.


태극이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 부족했던 훈련의 시간을 관심과 사랑으로 채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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