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미 스토리텔러 May 03. 2022

진돗개 놀려대는 용감한 다람쥐

우리 집 담과 거리에는 커다란 소나무 두 그루가 자리해 있다. 여기에 주렁주렁 달리는 솔방울은 동네 다람쥐들에게 맛집으로 소문이 났는지 담을 타고 방문하는 다람쥐를 자주 목격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 집 터줏대감이신 진돗개 태극이는 다람쥐 따위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유는 아마도 본인의 영역에 동네 양아치 같은 다람쥐가 출현했으니 배알이 단단히 꼬여서 그러는 것이리라. 

(내 눈엔 태극이가 이런 반응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직까지 우리 둘의 교감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아 확인은 불가능)


태극이를 피하는 듯하다가도 소나무 중간에 멈춰 서서 왠지 '메~~ 롱'을  하는 듯 한 다람쥐 녀석


소나무 앞에 죽치고 앉아 다람쥐가 내려오길 기다리는 거니?


산책을 하다가도 다람쥐를 보면 나무까지 꼭 뒤 따라 뛰어간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담을 타고 소나무를 찾아오는 다람쥐 녀석은 그냥 담 위를 쏜살 같이 지나가면 될 것을 꼭 태극이를 바라보며 담 중간에 앉아 꼬리를 살랑 거린다. 왠지 태극이가 흥분하도록 놀리는 거 같은 이 느낌은 나 혼자 만의 착각이려나?



중간에 멈춰서는 다람쥐의 심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도 정말 이유를 모르겠다.

어쩌면 다람쥐도 심심해서?

혹은 자주 만나다 보니 친근한 생각에 인사라도 나누려고??

그것도 아니면 자주 보던 종이 아닌 진돗개라 구경을 좀 하기 위해???


뒤에서 가만히 둘 사이를 관찰하다 보면 좀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따분하고 무료한 나의 오후를 둘이서 만들어 낸 엉뚱한 그림에 크게 한 번 웃어본다. 


햇빛 아래 낮잠만 자던 심심했던 태극이도 이리저리 다람쥐를 따라 뛰어다니는 모양새가 크게 화를 낸다기보다 재미로 저러는 거 같아 보인다. 혹시 담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면 다람쥐 사냥을 했으려나?


어쩌면 꼭 같은 종이 아니어도 친구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서로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 이리저리 뛰면서 운동도 하고 좋을 거 같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야, 너의 손이 사라질 수도 있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