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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미 스토리텔러 May 20. 2022

사랑과 관심으로 완성된  그녀의 훈련법

지난 주말, 태극이의 아침 산책을 마치자마자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햇살이 거리와 공기를 데우기 전을 틈 타 모처럼 혼자만의 산행을 했다.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산책로를 열심히 걷다 보니 제법 몸집이 크고 다양한 개 다섯 마리들과 함께 걷고 있는 멋진 여성분을 만나게 되었다. 

나도 진돗개 태극이와 9년이나 함께 사는 견주로서 그녀의 산책 그룹을 무심히 지나칠 수 없었고 나의 관심은 온통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개들의 종류도 셰퍼드와 리트리버 그리고 믹스견들이 함께 있었고 큰 덩치만큼이나 힘도 쎄 보이는 녀석들이었는데 그녀와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내가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 물으니 그녀는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그녀의 지시에 따라 개들도 앉아 있거나 가만히 서서 나와 눈을 맞추며 그녀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 개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나 행동 하나하나에 그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얼마만큼이나 큰지 곁에서 지켜보는 나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결코 큰 소리를 내거나 목줄을 심하게 당기거나 하는 고압적인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으며 개들 또한 아무런 동요와 흥분 없이 그녀의 지시를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그녀가 하는 행동으로는 단지 개의 이름을 부르거나 본인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작은 간식을 주는 것뿐인데도 다섯 마리의 개들이 함께 움직이고 함께 정지하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등 절대적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이렇게 개들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진정한 프로다운 그녀의 모습이 정말 놀라운 동시에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이와 정 반대인 우리 집 상황에 짧게나마 반성의 시간을 가져 본다. 태극이는 나의 지시를 완전히 무시함은 물론 본인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한다. 예를 들면 산책할 때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가고 다람쥐를 향해 갑자기 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므로 결코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아주 잠깐의 짧은 시간이라도 방심하며 걷다가는 다람쥐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기운 센 태극이에게 끌려가다 넘어져 몸 한 두 곳에 생채기를 만드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인데 부끄럽지만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다. 



그리고 태극이는 산책하며 몸이 더워지거나 힘이 들면 '나 힘들어서 가기 싫으니 이제는 당신이 알아서 하시오~'하는 분위기로 잔디밭에 벌러덩 누워 버린다. 꼼짝도 않고 누워 내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머리만 살짝 들어 나의 눈치를 살피는데 가슴 줄을 당겨 잔디밭 위를 질질 끌어주면 이게 또 재미있는지 저항 없이 딸려오며 왠지 즐기는 듯한 태극이의 모습이다. 



오늘 아침 태극이와 함께한 산책길에 만난 하늘은 어느 화가가 밤새 그려놓은 페인트처럼 구름이 하늘 가득 멋지게 펼쳐져 있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작품은 인간의 보잘것없는 기술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음이다. 

이따금 맞이하게 되는 벅찬 감동의 자연에게 감사하며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행복해져야겠다. 

하늘, 구름, 그리고 야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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