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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미 스토리텔러 Jul 20. 2022

나보다 더 내 집 관리하는 HOA

미국 대부분 대도시의 주택은 HOA(Home Owners Association)이라는 집 소유자들의 모임이 있다. 한국의 주민 자치회 정도로 이해하면 되려나? 이 모임의 가입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집을 구입함과 동시에 자동 가입이 되며 매월 일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는 매월 $500 이상을 내기도 하지만 외곽에 위치한 여기는 $135만 내면 된다.


그 비용의 지출로는 커뮤니티 내의 수영장과 화단 관리에 사용되고 매년 수입과 지출 내역을 각각의 집으로 우편 배송되며, 또한 HOA의 회장과 회계 등 집행위원회는 전체 구성원들 중 추천과 출마가 자유롭고 구성원 투표에 의해 선발된다.  


HOA의 주된 업무에는 동네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받아 처리하는 일도 있고, 커뮤니티를 조금 더 개선하는 것도 포함되는 데 이 중 하나로 건물들의 노화된 외관을 개보수하도록 지시하는 것도 한다.


MK 가족이 살고 있는 집도 새로 분양받아 입주한 지 9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사람도 나이 들며 노화현상을 맞이하듯 집도 역시 세월의 흐름에 안팎으로 조금씩 손을 봐야 할 곳이 생기기 마련이다.


집 내부는 사는 사람이 불편을 느끼면 교체를 하거나 업그레이드를 하기 때문에 HOA에서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지만 외부에 대해서는 개선사항에 대해 편지를 보내온다.


HOA에서 보내온 집 외부 페인트에 대한 안내 편지


이제 집의 외부에도 손을 볼 때가 되었나 보다. 특히 햇빛을 받아 색이 바랜 페인트를 칠하라는 편지다. 주차장 자동 개폐기와 2층 창문 옆에 장식용으로 붙어있는 셔터, 그리고 뒷마당으로 연결되어 있는 나무 출입문 페이트를 칠하란다. 


매달 커뮤니티에서 보내오는 여러 가지 안내 편지 


매달 HOA 비용 청구서와 함께 오는 안내서에도 페인트 칠 하는 것에 대해 잊지 말고 꼭 하라는 안내가 있는 걸 보면 참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외관에 보이는 것이 집의 가치 판단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아 들기는 한다. 그래도 내 집인데 내 맘대로 페인트를 칠하는 시기를 정하는 것도 아니 된다니.... 


때 마침 집에 배달되어온 페인트 광고지 


가가호호 페인트 칠하는 서비스 회사가 시기적절하게 광고지를 보내왔다. 견적을 받은 이웃에 물어보니 가격이 $1,500이란다. 물론 인건비가 대부분이고 2층이라는 위험을 감안한다 해도 역시 비싸다. 

이 소식을 들은 핸디맨 황금손이 스스로 페인트 칠에 나섰다. HOA에서 지정한 페인트 가게를 방문해 입주 시 집에 대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 USB에서 각각에 해당하는 페인트 색을 만들어(페인트 가계에서는 지정색이 아니라 흰색을 기본으로 각각에 해당하는 색상을 첨가하여 만들어 준다) 사 왔다. 3가지 색이 필요한데 지불한 가격은 $200이었다. 역시 미국의 서비스 요금은 정말 어이없이 비싸다. 

  

2층 창문 좌우에 장식용으로 설치되어 있어 새롭게 페인트 칠해야 하는 셔터


현관 위, 2층 장문 셔터에 열심히 페인트 칠을 하고 있는 황금손


기존에 칠해져 있는 페인트가 강한 햇빛과 겨울에 내린 비로 들떠 있어 이를 벗겨내고 먼지를 제거한 후 다시 페인트 칠을 했다. 이웃에 사는 회사 동료에게서 빌려온 조금 짧은 사다리를 사용하다 보니 벌을 서듯 힘들게 페인트 칠을 마친 황금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만족감에 기뻐했다. 

페인트 칠을 마치면 사진을 찍어 HOA로 보내 컨펌을 받아야 끝이 난다. 기존 색과 같은 걸 사용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이 처럼 HOA가 있어서 주민들의 요구사항이나 주변 환경 개선을 위해 서로 노력하는 면은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가끔 정도에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집 주변 화단 조성을 할 때도 미리 청사진을 보내 허가를 받은 후 진행해야 한다. 어쩌면 자유로움을 너머 방종함을 배재시키고 통일감을 갖기 위함일 수도 있다.


오늘도 이렇게 새로운 경험 속에 미국의 문화를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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