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나도 젊은 아가씨라고 산부인과라는 곳을 감기 걸려 내과나 이비인후과 가듯이 가지는 못했더랬다. 그때 이상증상으로 찾은 병원에서 폴립을 발견하고 제거하는 수술을 하면서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입원이란 걸 해보고 전신마취를 하기 전 병원의 하얀 천장을 바라볼 때 사람들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더랬다.
그때 이미 내 자궁 속에는 여러 개의 근종들이 함께였는데 그때 당시 담당 교수님께서 빨리 결혼(?)을 하라는 처방을 내리셨더랬다. 그 이후로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늙어갔지만 내 자궁 속에 있던 근종들은 조금씩 조금씩 영역을 넓히고 있었나 보다.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확인된 나의 근종들은 특별한 증상들이 나타나지 않으니 지켜보자라는 소견으로 보통 마무리되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의사 선생님께선 "나중엔 아주 힘들어질 수 있어요... 많이 커지게 되면 수술도 생각해보셔야 할 수 있어요.."라고 말씀을 흐리시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그중에 얼른 결혼과 출산을 하시라는 처방도 있었더랬다.
어느 순간 이제는 불편함을 넘어 이렇게 두면 안될 것 같은 여러 가지 증상들이 있었는데... 아... 때가 온 것이구나 하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 건강검진에서는 산부인과 추가 확인 요망으로 결론이 났다.
의사파업등으로 시끄러운 요즘상황에 대학병원은 쉽지 않아 보이고, 대학병원에선 보나 마나 수술로 갈 것이 분명했다. 결국 난 네이버지식인과 지인찬스등을 최대한 활용해서 수술이 아닌 시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수술을 리스트에서 제외한 이유는 황당할 수 있겠지만 나의 근종들 상태가 사이즈의 뿐 아니라 숫자에도 있어서 이경우 적출로 권유될 것이고 적출이 아닌 제거수술만을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회복기간이 최소한 1달은 필요하니... 휴직이나 퇴직이냐 선택의 길에 놓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렇게 하여 알아본 병원에서 시술을 통해서 나의 크고 작은 근종들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권유받았다. (병원 광고 같아서 무슨 시술인지 어디 병원인지도 피해 본다.)
다행히 토요일 입원하여 시술하고 일요일에 퇴원이 가능하다네? 그리고 다들 다음날 출근도 한다네?
나는 체력이 바닥이니까 일단 월요일 하루만 휴가를 내고 시술을 진행하기로 그 자리에서 결정해 버렸다.
토요일 아침에 MRI 찍은 다음 시술에 들어갔는데 다행히도 수면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거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로 모든 과정이 끝이 났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달달달달... 온몸을 떨고 있었다. 10여 년 전에도 그랬는데 왜 수술 후, 시술 후에는 그렇게 추운 거지? 수면양말을 왜 신도록 줬는지 알겠다. 안 신었음 어쩔...
입원실에서 비몽사몽 시간을 본 게 오후 3~4시쯤이었던 것 같은데 8월 한여름 더운 날씨에도 어찌나 추운지 침대 밑에 전기장판을 최대로 올려놓았음에도 나의 달달 떠는 모습에 같이 있던 갱년기를 겪고 있는 언니는 에어컨조차 틀지 못하고 참고 있었다 한다. 언니 미안...
저녁으로 야채죽이 나왔는데 분명 입맛이 없는 게 아닌데... 맛은 있는데... 죽이 안 들어간다.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먹은 게 없으니 배가 고플 줄 알았는데 이상하다. 옆에서 도시락 사 와서 먹고 있는 언니의 음식을 보니 속이 울렁거렸다. 차마 곁에서 살뜰히 챙기는 언니한테 미안해서 도시락냄새 때문에 속이 안 좋다는 말은 못 하고 꾸역꾸역 야채죽 반정도를 입에 넣었다.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해서 물을 열심히 아주 성실하게 마셔서 그런지 화장실은 왜 이렇게 자주 가고 싶은 거야. 화장실 갈 때마다 나를 잡아주는 언니가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게 밤새 통증과 갈증 그리고 화장실을 오갔다. 이번에도 언니가 나 때문에 고생이다. 나 때문에 거의 잠을 설친 모양이다.
손이 심하게 부으면 주먹이 쥐어지질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왼손 이게 최대로 접은 거라고... 덕분에 손은 20대마냥 주름이 하나도 없이 팽팽해졌다고 웃었더랬지
전날 저녁에 간호사 선생님께서 수액을 4리터 이상 맞았으니 퉁퉁 부울 거라고 놀라지 말라고 예고해 주셨음에도 아침에 퉁퉁 부은 내 모습을 본 언니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얼굴은 선풍기아줌마처럼 아주 빵빵하게 부어서 팔자주름뿐 아니라 어릴 때부터 있던 눈가주름까지 몽땅 사라진 상태였고 손이 부었는데 그중 수액을 맞은 왼손이 오른손보다 더 부어서는 주먹이 쥐어지질 않았다.
아침에 초음파로 상태를 한번 더 확인하고 의사 선생님의 시술 경과가 좋다는 말씀을 들은 다음 붓기에 좋다는 호박죽을 아침으로 먹었다. 간호사 선생님 말씀이 어제 맞은 진통제가 속을 울렁거리게 하는 거라며... 이제 괜찮을 거란다. 어쩐지...
팔다리는 멀쩡한, 어디 칼자국하나 없는 환자지만 정작 걸음은 아주 종종거리면서 일요일 아침 퇴원을 했다. 퇴원 후에는 물을 많이 마시고 많이 걸으라 하셨다. 일요일 아침이라 차도 하나 밀리지 않고 안전하게 집에 도착해서는 병원침대와는 비교할 수 없이 포근하고 푹신한 침대에 누웠다. 잠이 쏟아지는데 계속 화장실을 가게 된다. 물 마시고 잠들고 화장실 가고 물 마시고 잠들고 화장실 가기를 1시간에 한 번씩 반복한 것 같다.
집에 오니 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여름 내내 에어컨 근처자리에 있으면 견딜 수가 없어서 회사에서 가디건과 담요 마스크로 무장하고 살고 있는 나였는데. 몸이 불덩어리가 된 것 같은데 열을 재보면 2번째 코로나에 걸렸을 때보다도 열이 없다. 에어컨을 파워냉방으로 틀어놓고 엄마표 인견잠옷 입은 채로 에어컨 옆에 있는데 발은 시려서 수면양말을 신었다.
내가 시술한 곳은 자궁인데 왜 윗배가 나온 것 같지? 부운 건가? 몸무게를 재봤다. 헉.... 입원 전과 비교해서 거의 5킬로가 늘어있다. 하루 이틀 만에 이렇게 몸무게가 늘 수 있는 거야? 수액 5리터 맞았다고 몸무게가 5킬로가 느는 거... 예요? 그리고 하루면 돌아온다는 선풍기 아줌마 얼굴은 언제 돌아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