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 똑똑한 호구

칭찬인가요?

by 똑똑한호구

피를 나눈 형제, 자매 사이도 비슷한 듯 다르기 마련이죠. 해외에서 살고 있는 언니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데도 자꾸만 얼굴이 닮아가며 함께 늙어 가고 있어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똑같은 목소리를 지녔을 뿐 아니라 말투까지 거의 똑같습니다.


가끔 쌍둥이 아니에요?라는 소리를 듣기도 할 정도인데 성격과 성향은 전혀 비슷하지 않아요.

순수국내파인 그 언니는 해외에서 일자리가 나기를 손꼽아 기다렸고 기회가 왔을 때 손들고 나가서 10년이 넘도록 해외에서 살고 있습니다. 성격과 성향이 다른 저는 한국 놔두고 왜 해외에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는 생각을 갖고 있죠.


해외에 있지만 동종업계에서 일한 지 오래되다 보니 언니는 가끔 같은 업계인 한국시장은 어떤지 가끔 물어보곤 합니다. 그리고 매니저 롤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이다 보니 이번에는 어느 나라 출신의 사람을 뽑았는데...로 시작하는 제가 경험하지 못한 에피소드들을 들려주곤 해요. 언니가 인생 선배, 사회생활 선배이기도 하다 보니 언젠가 회사생활의 어려움을 얘기하던 적이 있는데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난 정말 너 같은 애가 있음 당장 뽑을 거야."

"응? 왜"

"넌 똑똑한 호구거든!"


음... 칭찬인지 욕인지... 그 말을 들은 이후로 한참 동안 생각해 봤습니다.


어쨌든 누군가 저를 보면 뽑아주겠단 얘기죠? 그럼 좋은 얘기인 건가요? 그런데 '똑똑한'과 '호구'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그 두 단어의 합성이 결과적으로 저란 사람이 된 것이네요.


나름 저를 아껴주시던 상무님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 소처럼 컴퓨터에 파묻혀 일만 하지 말고 가끔 고개 들고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봐요~"


네... 저는 소처럼 고개 처박고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고 사회생활을 해왔어요. 누가 보든 안보든 신경 쓰지 않고 묵묵하게 조용하게 제 할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때로는 계산이 빠른 윗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활용(?)당하기 좋은 직원이기도 했고 저의 그 성실함과 우직함이 독이 되어 산더미 같은 일이 쓰나미처럼 몰려와도 해야만 했던 적도 있었죠.


아마도 사람을 많이 뽑아본 언니는 제가 회사에서 어떻게 일할지도 알고 있었나 봅니다.

안녕하세요. 2025년 1월부터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을 쓸 수 있게 된 '똑똑한 호구'입니다.

제가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필명을 '똑똑한 호구'라고 쓰게 된 이유는 아마도 제가 가진 캐릭터를 한 번에 나타내주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가 너무 늦은 것 같네요. 저는 똑똑한 호구라고 합니다. 저는 제 필명이 딱 저인게 부끄럽지는 않지만 그동안 어처구니없이 뒤통수 맞았던 일들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지속적으로 그런 캐릭터이기만 한 것은 좀 벗어나고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발전적인 '똑똑한 호구'가 되고자 합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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