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직실패기(4)

실패의 끝은...?

by 똑똑한호구

그 이유를 알게 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탈락한 그 자리를 바로 몇 달 전까지 내 상사로 있던 분이 가게 되었다는 것을 지원했던 그 회사에 근무 중인 다른 분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사실상 그동안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일하면서 동일한 자리를 두고 같은 부서 일을 했던 사람들끼리, 그것도 과거 내 상사와 경쟁하고 있었던 거였다. 나도 그 자리로 가게 되신 분도 둘 다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지원하기에는 상향지원이었고 전상사였던 분이 가기엔 하향지원이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그 회사에서는 전 상사분이 마음에 들었지만 팀원이 없는 하향지원이라 혹시라도 안 온다고 마음을 바꿀까 봐 걱정했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전략적인 그 업계 1위 회사는 혹시라도 그분이 맘을 돌릴 것을 대비해서 플랜 B로 내 인터뷰를 계속 끌고 왔던 거였다. 이런 배신감이 있나... 링크드인에서 나를 찾아낸 것도 다분히 전략적인 그 회사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마지막까지 고민하던 전 상사분이 그 회사로 가기로 결정함과 동시에 나에겐 공식적인 탈락 이메일이 오게 된 것이다. 지원자가 마음에 들지만 같은 회사에 다른 지원자를 발견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경쟁하도록 하는 회사는... 정말이지 지나치게 전략적이다.


생각해 보면 그 회사로 이직시도는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지만 인터뷰 일정부터 꼬이면서 뭐 하나도 그다지 쉽게 지나가지 않았던 것 같다. 안되려고 하면 뭐든 안되게 돼있다던데... 그런 건가?

주변의 믿을만한 몇몇 사람들에게 이 허망한 이직 실패기를 털어놓았다. 지인 중 한 사람이 이 이야기를 듣고는 이직을 위해서는 일단 2가지 종류의 앱부터 깔라고 했다. 그리고 출퇴근할 때 기사검색 같은 거 하지 말고 공고검색이나 하랜다. 남의 말을 지극히 잘 듣는 나는 그걸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취업과 관련된 앱을 깔고 2~3일에 한 번씩 출퇴근길에 공고를 둘러보기 시작한 지 2주 차쯤 되었을 때 이번엔 내가 직접 지원해 볼 만한 자리가 눈에 띄었다. 이 정도 직장경험이 요구사항이라면 지원해도 되지 않을까?


내가 지원 가능한 포지션. 처음으로 누군가의 제안이 아니라 나 스스로 찾고 선택해서 이력서를 넣는 자발적인 이직 시도.


업계 1위라고 하는 곳에 얼떨결에 지원하게 되면서 외국인들에게 압박면접의 경험을 하고 나니 내 생애 첫 이직실현의 면접들이 너무나도 수월했던 것 같다.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는데 그 업계 1위가 나에게 면접능력을 향상해 줬고 그 덕분에 이직이 가능했던 것 같다.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에 경력직이 공고 보고 지원해서 손들고 실제로 입사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한국에서 나보다 나이 어린 보스가 팀원으로 뽑아줄 확률은? 이렇게 나의 진짜 이직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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