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침, 눈 뜨면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설레며 시작하고 싶다. 나도 그런 날들이 있었으리라.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오늘은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아프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나날을 살아야 하는 걸까?
참 꿈 많았던 소녀였던가? 꿈이 있었는가? 그냥 열심히 공부했다. 좋은 대학 가면 내 인생이 펴질 거라 믿었던 것이다. 고3 올라가기 전 겨울방학 두 달은 잠을 3~4시간밖에 안 자고 공부했다. 하루 15시간 이상 공부하는 것이 목표였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밥 먹으며 공부했다. 집 근처 독서실에서 공부했는데,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고, 집에 와서 3~4시간 자고 다시 가서 공부했다. 아무도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다. 나 스스로 그렇게 했고, 마음이 고요했으며 충만했다. 새벽이슬을 맞으며 집으로 걸어오던 때가 지금도 기억난다. 하루를 원했던 만큼 보냈다는 만족감이 늘 기쁨이었던 것 같다. 고2까지 내신 위주로 공부해서 학력고사 기초가 부족하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이다. 영어, 수학을 기초부터 심화까지 참 열심히도 했다. 결과적으로 방학 두 달 동안 실력이 많이도 향상되었다. 고3 올라가서 성적은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방학 때 공부했던 그 집중력은 어디로 갔는지,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나를 엄습했다. 편안하고 느긋하지 못하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를 짓눌렀던 것 같다. 잠만 오고, 집중해야 할 때 시간을 많이 허비해버렸다.
멘털이 참 약했던 모양이다. 결국 학력고사 전 날 잠을 거의 못 자고, 시험을 치러 갔다. 제일 자신 있고 많이 공부했던 수학을 완전히 망쳐버려서 내 점수는 제대로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진로는 첨단 기술분야를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전산과를 1 지망으로 하고 전자과를 2 지망으로 원서를 썼다. 그 당시 이 두 과는 인기가 너무 좋아서 의대, 치대보다 성적이 높아야 갈 수 있었다. 최종 나는 전자과에 합격했고,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꿈 많은 소녀였다. 나라를 위해서 기술 발전에 공헌하고 싶었다. 석사, 박사까지 공부했고, 연구원으로서도 열심히 일했다. 두 아이의 엄마, 아내이면서 직장까지 모두 잘해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불평하기보다는 늘 내 상황을 받아들이며 열심이었던 것 같다. 이런 나의 삶의 태도는 내 아이들에게도 원했던 모양이다. 여기서부터 뭔가가 어긋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삶과 자식의 삶은 별개인데, 그땐 나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 것이다.
반 백 년이란 세월이 지난 이 시점 난 너무도 슬프다. 나의 잘못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주워 담을 수도 없지만, 다시 그 시절이 온다 해도 똑같이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어떤 것도 모두 나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지금부터 사는 나의 삶은 그때와는 다르고 싶다. 좀 느긋하고 여유 있고, 나의 삶에 더 관심을 갖고, 나를 돌보고 싶다. 나를 진정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