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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Du Jun 06. 2023

넌 언제나 변함없이 내 곁에 있구나

친구야

상담실 안.

몇 번째 상담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은 하루종일 머리가 멍했다. 아침에 눈은 떴지만 한동안 몸을 일으킬 생각이 없었다. 새벽에 수차례 깬 탓에 깊이 잠들지 못한 탓일까. 겨우겨우 일어나 샤워를 했다. ‘그래도 상담은 받으러 가야지’. 외출 준비를 마치고 무거운 몸을 상담실까지 끌고 왔다. 앞에서 열심히 말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거린다.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선생님.”


말을 하던 선생님은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려는 선생님의 노력이 살짝 머금은 미소로 드러난다. 나와는 정 반대되는 얼굴의 표정. 이젠 아무런 느낌도, 감정도 없다.

나는 창 밖을 바라봤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누가 봐도 멋지다 할 만한 풍경이었다. 어쩌면 나도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상담실은 큰 공원 옆 높은 건물에 있었다. 공원 둘레만 걸어도 한 시간은 넘게 걸리는 큰 공원이었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공간과 공원을 가로지르는 큰 호수, 그 호수를 가로지르는 몇 개의 다리,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산책로, 잔디밭.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공원이었다. 사시사철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30층의 상담실 창문으로 그 공원이 한눈에 보였다. 이것 또한 상담자의 기분이 좋게 만들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선생님의 개인적인 소망이었을까.


“저는 이런 맑은 날씨가 싫어요. 차라리 비가 왔으면 좋겠어요.”


피란 하늘에 군데군데 떠 있는 하얀 구름들. 초록의 나무. 이젠 이런 풍경은 보기 싫었다. 까맣게 햇빛조차 들어오지 못하는 먹구름 가득한 하늘과 하루종일 내리는 비가 더 좋았다. 그런 날이면 날씨와 내가 하나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선생님은 차분히 물었다. 나의 말이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저 그냥 궁금해서 묻는 것처럼.


”맑은 날씨를 보면 기분이 들떠요. 그런데 그렇게 들뜨는 기분은 저랑 어울리지 않아요. 그런 기분 드는 게 저는 싫어요. “




이후 선생님과의 대화는 기억나지 않는다. 많은 것이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력이 많이 나빠져 자꾸 깜빡깜빡한다. 출근길에 차키를 두고와 집에 다시 다녀오는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직장에서도 작업 공구를 한 번에 챙기지 못해 여러 번 챙기러 다니곤 했다. 대화도중 단어가 생각이 안 나거나 하려던 말도 무엇이었는지 기억지 않았다.

내가 상담을 받아야겠다 생각했던 건 아마 이때쯤이었다. 기분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널뛰기를 하듯 좋았다 안 좋았다 했고, 일에 의욕이 사라져 갔다. 그저 지쳐서 그렇단 생각으로 쉬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지만 쉬어도 좋아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은 늘 울고 있었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잠이 들어도 수시로 깼다. 깊게 잠들지 못했다. 머릿속은 온통 생각들로 가득했다. 하루종일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처럼 온갖 생각들이 말을 걸어왔다. 스위치를 딸깍 하고 끄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외롭다’

외로움은 언제나 늘 내 곁에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처럼. 외로움은 또 다른 친구를 내 곁에 데려왔다.

‘우울’

이제 우리 셋은 최고의 단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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