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낯선 오후의 불청객, 휴식

쉬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by Ming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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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은 온통 무채색이었다. 금방이라도 빗방울을 터뜨릴 듯, 물기를 머금은 회색 구름이 도시의 천장을 낮게 짓누르고 있었다. 창문을 살짝 열자, 눈에 보이는 위태로움과는 전혀 다른 공기가 훅 끼쳐 들어왔다. 12월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미지근하고 습한 바람. 두꺼운 외투를 꺼내려던 손이 허공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계절의 감각마저 흐릿해진 오후였다.


하지만 날씨를 감상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일주일에 단 하루뿐인 휴무. 오늘이 아니면 평일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는 개인적인 용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억지로 현관을 나섰다. 마치 밀린 방학 숙제를 해치우듯 분주하게 쏘다녔다.


볼일을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땐 이미 오후가 훌쩍 지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사 온 것으로 간단히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식사를 마친 뒤 습관처럼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윙-' 하는 본체의 구동음과 함께 모니터가 파랗게 빛났다. 하지만 그 빛을 마주하기도 전에, 뱃속에서부터 시작된 나른한 포만감과 외출의 피로가 한꺼번에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이성은 의자에 앉으라 명령했지만, 몸은 이미 침대를 향하고 있었다.


스르르. 눈꺼풀이 닫히는 순간, 현실의 소음이 차단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때, 방 안의 공기는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창틈으로 스며든 빛의 각도가 조금 더 기울어진 시간. 몸을 일으키자 찌뿌둥함 대신 '낯선 상쾌함'이 혈관을 타고 흘렀다. 늘 어깨에 매달려 있던 만성적인 피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온 생경한 감각이었다.


나는 멍하니 앉아 빨래 건조대로 시선을 옮겼다. 마른 옷가지들을 걷어 하나씩 개기 시작했다. 양말의 짝을 맞추고, 수건의 각을 잡는 단순한 손놀림 사이로 내면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나갈까.'
잘 개어진 수건 하나를 내려놓는다.
'말까.'
다시 헝클어진 옷 하나를 집어 든다.
나가고 싶은 마음과 바닥으로 끈적하게 달라붙는 귀찮음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했다. 시선은 현관문 도어락을 향했다가, 다시 포근한 이불 위로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결국, 나는 나 자신을 억지로 떠밀듯 현관 앞에 섰다. 운동화 뒤축을 구겨 신으며 문을 열었다.


카페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볶은 원두의 쌉싸름한 향과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음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집안의 적막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구석진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간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전공 서적에 코를 박고 형광펜을 긋는 대학생, 미간을 찌푸린 채 빠르게 자판을 두드리는 프리랜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연인들. 그들은 이 넓은 공간에 함께 섞여 있었지만, 마치 각자 투명한 유리막을 하나씩 두른 듯 철저히 자신만의 세계에 부유하고 있었다. 타인의 소음이 오히려 배경음악이 되어 집중을 돕는, 기묘하고도 완벽한 고립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진동벨이 울리고, 차가운 플라스틱 컵을 받아 들었다. 컵 표면에 맺힌 물방울이 손가락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한 모금 들이키자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서늘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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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맞은편 빈 의자에 익숙한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형태는 없지만 무게는 확실한 불청객, 그 녀석의 이름은 '죄책감'이었다. 녀석은 내가 멍하니 창밖을 보거나 휴무를 즐길 때면 어김없이 찾아와 귓가에 끈적하게 속삭였다.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나? 남들은 저렇게 치열하게 뛰고 있는데, 너만 멈춰 있어도 되는 거야?'


목울대가 뻐근해졌다. 하지만 나는 오늘, 이 끈질긴 녀석을 모른 척해 보기로 했다. 이건 게으름이 아니다. 내일 다시 저들처럼 치열하게 달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연료를 주입하는 시간이다.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빨대를 입에 물고 커피를 다시 들이켰다.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녀석의 속삭임을 덮어버리길 바라며.


"딸랑-"


그때였다. 맑은 종소리와 함께 카페 문이 열리고, 차가운 바깥공기가 실내로 밀려들어 온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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