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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사 이명지 Aug 25. 2020

나의 바깥

바깥에서 나를 보다

  애쓰지 않고도 절로 닿아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그저 다다른 이순은 마법 같은 나이다. 이순이란 귀가 순해지는 나이라고 했던가?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고 절대로 포기되지 않던 것들이 내려놓아 진다. 늙어서 좋은 것도 많다던 선배들의 말이 조금씩 이해되고 있다.
 내 안에 갇혀 들끓던 삶의 긴장에서 놓여나니 서슬 푸르던 결기도 한결 순해지고, 가족의 의무에서도 많이 자유로워져 내 욕구를 일 순위로 놓고 사는 맛이 쏠쏠하다.
눈도 귀도 적당히 무디어져 제 허물도 남의 허물도 웃어넘길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이쁜 척 안 하며 살아도 돼서 좋다. 화장이 예의이던 시대에 직장생활을 해서인지 민낯으로 밖으로 나가는 일을 금기로 여기며 살았다.
은퇴를 하고 제일 좋았던 게 고작 매일 화장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래도 팽팽하던 것들이 쭈글 해지는 것은 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잃은 것만큼 자유로움도 주는 것이 세월이다.
 육십갑자 한 바퀴를 돌고 이제 다시 한 살이다. 그 끝이 죽음인 줄 알면서 달려가는 인생길이지만 다시 태어난 한 살부터는 좀 다르게 살아야지 싶다.


걸음을 늦추고 하늘빛 별빛 나뭇잎에 일렁이는 바람을 본다.
바깥에서 나를 본다.
양지바른 뜰에 앉아 햇볕을 쬔다. 일생을 품고도 부화시키지 못한 묵은 글감들을 내어 말리고, 꾸득해진 마음을 만져 길을 들인다. 바깥에서 들여다보니 안이 보인다.

거기 있는 내가 보인다.

양평으로 이사한 후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

매일 보는 풍경이 달라졌으니 당연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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