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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사 이명지 Aug 26. 2020

나도 내가 쫌 멋지다

창가 로얄석 브이아이피

어떤 분이
내가 쫌 멋지다고 했다
나도 내가 요즘 쫌 멋지다
가슴 소리에 따라
선택하고, 실행한 용기
오랜 바람을 이뤄낸
내가 쫌 멋지다

상황에 끄달리지 않고
마음의 발길을 따라온 전원의 삶
매일이 축제다
마당에는 풀꽃들의 잔치
벌 개미 나방 그리고 이름 모를
미물들의 잔치
참새 까치 뻐꾸기 음악회
밤이면 풀벌레 떼창

내 뜰의 나무들과
바람과 햇살과 때로 빗방울들이
시시각각 버라이어티 공연을 펼치는
나는 창가 로열석 브이아이피

아침에 눈 떠 커튼을 열면
길냥이 호리가 떡하니 디딤돌 위에
터를 잡고 누워있다
밤새 쥐 배암 이런 녀석들은
얼씬도 못했으리

호랑이 문양이 멋져
호리라 이름 붙이고
계단 밑에 식사를 차려주어
식구가 된 길냥이
아직도 나를 보면 후다닥 내빼는
겁쟁이 녀석을
눈으로 만져보는 아침의 호사

오늘은 또 어떤 하루를 만들어 볼까
쿵쿵 설레며 시작하는 아침
단풍나무 아래 평상에서 조간을 펼치며
아,
나도 내가 쫌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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