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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사 이명지 Mar 05. 2020

제주 평대리서 너하고 두 달 살기 01

해후

-제주 평대리서 너하고 두 달 살기-
(2020년 3월~4월)


1일 차
ㅡ해후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 12시 20분 뱅기를 타고 1시 30분 제주에 내렸다.
어제 배편 수탁으로 보낸 애마를 주차타워에서 찾았다.
헤어진 지 하루 만에 제주에서 만나니 어찌나 반가운지  "안녕, 반가워!" 인사하며 엉덩짝을 쓰다듬는다.
혼자 보낸 것이 못내 서운한지 3월 초의 냉기가 뾰류퉁하게 손끝에 전해진다.

익숙한 운전석에 앉아 키를 누르니 살짝 앙탈을 부리며 부르르 몸을 떤다.
그래, 알았어! 두 달 동안 꼭 붙어살자!

 자, 그럼 어디 제주에서의 혼 먹방을 시작해볼까나~
예전 대학에서 재직 시절 원우들을 인솔하고 오면 마지막 식사코스로 꼭 들렀던 제주 향토음식점 '토끼와 거북이'를 네비로 찍었다.
제주공항에서 15분 거리. 목적지 평대리까진 50분이라고 뜬다.

아싸~ 일단 요기부터 하자!
코로나19의 여파로 수백 명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음식점에 손님이 나를 포함해 세 테이블뿐이다. 헐~
예전에 오면 맛있게 먹었던 갈치조림을 시켰다. 제일 작은 것을 시켜도 오만 원이 넘는다. 남으면 싸가지 뭐~. 어차피 혼자 다니면서 맛있는 걸 먹으려면 감수해야 할 몫~.

근데, 예전 맛이 아니다.
이유가 뭘까? 이 집 맛이 변했나? 혼밥이라 그럴까? 서로 굵은 토막을 차지하려고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을 하며 먹던 갈치조림이 더 맛났던 걸까?
나는 내일 아침으로 먹을 보말 미역국 하나를 포장하고 남은 갈치조림은 그냥 두고 나왔다.

우씨, 혼자서는 이 집에 다시 안 온다.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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