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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이 당신 곁에 잠시 머물 수 있기를...

말로 시작해 글로 이어진, 작가의 꿈 이야기

by 커리어포유

"이 아이는 입으로 먹고 살 팔자요."


아주 어릴 적, 한 스님이 나를 보고 하신 말씀이라 한다.
나는 그 장면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말은 예언처럼 맞아떨어졌다.

꼬꼬마 시절부터 방송인'만'을 꿈꿨던 나는 감사하게도 어린 나이에 그 꿈을 이뤘다.

그리고 지금은 강의와 코칭까지 하며 여전히 '입으로 먹고살고' 있다.


말을 업으로 삼으면서 느낀 게 하나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은 단순히 화려한 말솜씨나 무대 경험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결국, 깊이 있는 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

강의 중에 누군가의 마음을 흔든 문장 하나는 대부분 책에서 길어 올린 것이었다.

내가 전한 문장 뒤에는 늘 글쓴이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서점을 자주 찾는다.

어릴 적부터 서점은 내게 특별한 공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 순간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고, 책 한 권 사서 들고 나오면 괜스레 부자가 된 듯 든든했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다 문장 하나하나가 나를 끌어당기는 신기한 경험을 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시각과 감정을 발견하곤 했다.

어떤 책은 따뜻하게 품어주었고, 어떤 책은 낯선 세계를 열어주었으며, 어떤 책은 차갑지만 뼈아픈 진실을 일깨워주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이 길도 있어"라고 알려주는 듯했다.


언젠가 나도 그런 책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바빴고 책 쓰기는 늘 뒷전이었다.

두 번의 공저와 한 번의 단독 저서 출간 기회가 있었지만 준비 과정에서 멈추었다.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글로 나를 증명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 삶과 메시지를 온전히 책임질 만큼 준비되지 않았다는 두려움이 늘 먼저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코칭을 만나면서 다시 작가로서의 꿈이 간절해졌다.

코칭은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단순한 문장이 현실이 되는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나는 성장했다.

마치 오래 닫혀 있던 창문을 활짝 열었을 때, 신선한 바람이 방 안 가득 밀려드는 순간처럼.


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내 삶을 바꿔놓은 코칭의 경험을, 사람들의 마음이 회복되는 장면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누군가도 그 문장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길 바라면서.


지금 나는 커리어의 전환점에 서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오래 해온 일이 어느 날 갑자기 낯설어졌다는 사람.

회사에서는 나름 잘하고 있는데, 이게 잘 살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는 사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지만 '다음'이라는 말에 자꾸 숨이 막힌다는 사람.

그들은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오래 망설인다.

하지만 한 번 마음의 문이 열리면, 조금씩 스스로의 언어를 되찾는다.

그 소중한 순간을 옆에서 지켜보는 일, 그것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마음들이 너무 귀해서, 누군가에게는 그 마음을 간접적으로라도 건네주고 싶어서였다.


나는 이제 안다.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 곁에 조용히 머물러 주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각자의 언어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하루에도 수많은 말을 쏟아내며 살고, 누군가는 그만큼의 말을 마음속 깊이 묻어둔 채 산다.

어떤 말은 아무리 소리쳐도 닿지 않고, 어떤 마음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눌려 있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어딘가에서는, 누군가에게는, 제대로 닿고 싶은 마음 하나쯤은 품고 살아간다.


나의 글이 그 마음 곁에 잠시 머물 수 있다면 좋겠다.

당신이 가진 말의 속도, 마음의 리듬에 맞춰 조용히 함께 걸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당신만의 언어로 당신을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나는 오늘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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