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이 아니라, 마음을 보호하는 중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오랜만'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꽤 시간이 흘렀다.
글을 안 쓴 시간만큼 마음도 멀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렇지는 않았다.
쓰지 않는 동안에도 글은 계속 마음속에 남아 있었고,
그래서 불편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요즘의 나는 '안 쓰는' 상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는' 상태에 가까웠다.
미루기는 언제나 그렇듯 그럴듯한 이유를 데리고 온다.
바빠서,
쓸 이야기가 없어서,
컨디션이 별로라서...
그런 말들이 반복될수록 나는 점점 더 글에서 멀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글을 쓰는 ‘나 자신’에게서...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다.
괜찮은 척 숨겨두었던 감정이 문장 사이로 슬그머니 드러나고,
애써 덮어두었던 질문들이 문장 끝마다 고개를 든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그 질문들을 마주할 만큼 단단하지 못했던 것 같다.
우리는 흔히 미루기를 게으름으로 해석하곤 한다.
의지가 약해서,
꾸준하지 못해서,
자기 관리에 실패해서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하지만 코칭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미루기와 회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미루기는 대부분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다.
이걸 선택하면 지금의 나를 다시 정의해야 할 것 같고,
이걸 시작하면 '해내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증명해야 할 것 같고,
혹시 이전만큼 못하면 스스로에게 실망할까 봐 조심스럽고...
글쓰기는 나에게 그런 일이었다.
글을 쓰는 순간,
나는 다시 나에게 질문해야 한다.
"요즘 나는 어떤 상태인가?"
"지금의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고 싶은 이유는 뭘까?"
하지만 요즘의 나는 그 질문들에 선뜻 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쓰기를 피했고, 피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애써 외면했다.
코칭의 언어로 말하자면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회피 전략에 가깝다.
회피는 포기가 아니라 '보호'의 다른 이름이다.
지금의 나로서는 감당하기 버거운 감정,
마주하면 더 아플 것 같은 진실 앞에서 마음이 선택한 일종의 방패막인 셈이다.
문제는 회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회피를 설명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계속 비난할 때 생긴다.
"왜 나는 이것밖에 안 되지."
"예전만 못하네."
"고작 이것도 못하면서 뭘 하겠다고..."
이런 자기 검열은 미루기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쓰지 않는 날들이 쌓일수록 나는 점점 더 글에서 멀어졌고,
정확히 말하면 '글 쓰는 나'라는 정체성에서 멀어졌다.
그렇다고 완전히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쓰지 않는 날들이 쌓일수록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계속 체한 듯 불편했다.
글을 쓰지 않아도 일상은 흘러가지만, 그런 일상들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은 잘 쓰겠다는 거창한 다짐 대신 다시 쓰겠다는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
완성도 높은 문장이 아니라도 괜찮다.
이전만큼의 밀도가 아니어도 좋다.
그저 지금의 내가 적어 내려갈 수 있는 만큼만,
딱 한 문장이라도 다시 시작해 보는 것.
어쩌면 회피의 끝에는 항상 ‘다시 돌아올 자리’가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도망친 게 아니라 잠시 숨 고르기를 했을 뿐이라면 말이다.
혹시 당신도 요즘 무언가를 계속 미루고 있다면,
그 자신을 너무 쉽게 탓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 미루기 안에는 게으름보다 훨씬 복잡한 감정과, 생각보다 단단한 자기 보호가 숨어있을지도 모르니까.
*오늘의 질문*
: 요즘 당신이 미루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미루기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을 보호하려는 반응일 때가 많습니다.
버거울 때,
비교가 두려울 때,
잘 해내지 못할까 마음이 먼저 움츠러들 때
우리는 행동보다 감정을 멈춥니다.
하지만 커리어를 오래 이어가는 사람은
멈추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멈춘 이유를 알고 다시 돌아오는 사람입니다.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오늘,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시작을 떠올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