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회복 탄력성'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넘어진 자리가 끝은 아니라는, 그 사소한 믿음

by 커리어포유

새해가 되면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아직 아무 일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뭔가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새 다이어리를 꺼내고 그 위에 꾹꾹 눌러 적는 다짐들.
운동, 공부, 일, 미뤄둔 것들.

이번에는 진짜 해보겠다고,

이번만큼은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약속은 언제나 조금 비장하다.

하지만 그 비장함이 무색하게도 일상은 생각보다 빨리 균열을 드러낸다.


작심삼일.

이 말이 이렇게 익숙하다는 건 아마 우리 대부분이 비슷한 경험을 반복해 왔다는 뜻일 거다.

계획이 무너진 뒤에는 거의 자동처럼 이런 말이 따라온다.
"역시 난 안 돼."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실패한 건 계획 하나뿐인데, 그 순간 우리는 사람 전체를 평가해 버린다.

계획을 못 지킨 내가 아니라 '원래 이런 사람인 나'로.

하지만 정말 그럴까.
계획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단 이유로 그 사람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살다 보면 비슷하게 넘어졌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한 번 흐트러진 뒤 오래 그 자리에 머무는 사람도 있다.

그 차이가 의지나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만히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차이는 아주 사소한 데서 생긴다.

넘어진 뒤, 자기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하느냐.

우리는 흔히 멘털이 강한 사람을 '강철'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커리어라는 긴 여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강철 같은 단단함이 아니라

고무공 같은 탄성, 즉 회복 탄력성이다.

회복 탄력성은 애초에 무너지지 않는 힘이 아니다.

무너진 뒤에도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은 타고나는 성향이 아니라 좌절 앞에서 우리가 어떤 문장을 스스로에게 붙이느냐에 따라 조금씩 만들어진다.


이건 새해 다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을 하다 보면 비슷한 순간은 계속 찾아온다.

큰마음을 먹고 이직을 준비하다 현실의 벽 앞에서 다시 제자리에 머물게 될 때,
기대했던 승진에서 밀린 뒤 갑자기 지금 자리가 낯설어질 때.
공들여 준비한 프로젝트가 생각만큼의 평가를 받지 못했을 때.

그럴 때 우리는 혼잣말처럼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는 걸까?"

그리고 너무 빨리 결론을 내려버린다.
"나는 딱 여기까지인가 보다."

하지만 한 번의 좌절이 커리어의 종착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실패 그 자체보다 그 실패에 내가 붙이는 꼬리표다.


실패를 끝으로 해석하면 거기서 모든 게 멈춘다.
하지만 '조금 조정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하면 다시 움직일 여지는 남는다.

회복 탄력성은 괜찮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게 아니다.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넘어졌을 때 너무 가혹하게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난 왜 이것도 못 해" 대신
"이 방식은 나한테 좀 무리였나 보다."
그 정도의 말 바꾸기.

중요한 건 다시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는 해냈는지,

어디서 멈췄는지,

그리고 처음부터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다시 이어갈 수 있을지를
조용히 살펴보는 일이다.


예를 들어, 매일 한 편의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해보자.

처음엔 잘 되다가, 어느 날 하루를 건너뛴다.

이틀이 지나고 나면 노트를 여는 것조차 괜히 부담스러워진다.

'이제 와서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러다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역시 나는 꾸준히 못 하는 사람이야.'

회복 탄력성은 그 생각을 조금 바꿔보는 데서 시작된다.

'매일 한편 무리였구나. 그럼 오늘은 한 문장만 써볼까.'

완성은 없지만, 글쓰기를 완전히 놓지는 않는다.

그걸 실패라고 부르지 않아도 된다.

넘어진 자리는 끝이라기보다 잠깐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자리일지도 모른다.


새해 계획이 무너졌다고 해서 당신의 커리어가 무너진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몇 번이나 넘어졌느냐가 아니라,

넘어진 뒤에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어주었느냐다.


*오늘의 질문*
: 당신은 요즘 어떤 계획 앞에서 멈춰 서 있나요?
그리고 그 순간,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나요?

계획이 멈췄다는 사실보다
그 앞에서 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가 이후의 방향을 더 크게 바꿉니다.
스스로를 다그치는 말은 잠시 나를 움직이게 할 수는 있어도 오래 함께 가기에는 힘이 듭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다시 완벽해지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작은 여지를 남겨주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