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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진심으로 채운 신승훈의 35년

오래가는 사람들의 비밀

by 커리어포유

신승훈 콘서트를 다녀온 지 3주나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승훈앓이'중이다.

그날 공연장에서 울고 웃던 순간들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또렷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공식적으로 촬영이 허용된 앵콜 무대 영상을 찾아보고 팬들이 남긴 울림 가득한 댓글을 읽으며 그 시간을 다시 끄집어낸다.

나만 이러는 게 아니다.

많은 팬들이 여전히 그 여운 속에 머물러 있다.

마치 그와 함께 보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붙잡아두려는 사람들처럼.


가수 신승훈의 목소리는 단순히 ‘경력 많은 가수의 안정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오랜 세월 무대에 서온 사람이 보여주는 여유도 분명 있었지만,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공기를 메웠다.

음 하나, 호흡 하나마다 그가 걸어온 시간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그 진심이 공연장 안을 천천히 채워 나갔다.

그는 노래 한곡마다 온 마음을 다해 불렀다.

기교가 아니라 마음에서 배어 나오는 노래.

아무 설명 없이도 전해지는 온기.

말을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위로.

그게 바로 그의 목소리가 가진 힘이었다.

그리고 그 위로는 다시 그에게 되돌아갔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가 마지막 인사를 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객석으로 번져갔다.

35년 동안 서로를 지켜준 시간의 무게가 그 짧은 순간에 한꺼번에 터져버린 듯했다.

그날 우리는 단순한 감동을 넘어 '살아가는 힘'을 얻었다.

그를 좋아했던 세월만큼, 그의 노래 또한 우리를 지켜주고 있었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요즘 그의 35년을 자주 떠올린다.

그는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꾸준함이라는 가장 어려운 기예를 35년 동안 이어온 장인(匠人)이다.

도대체 어떤 태도가 한 사람을 10년도, 20년도 아닌 무려 35년의 길로 이끄는 걸까.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오래된 기억 하나를 끄집어냈다.

스피치 강의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매 수업마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강의실 문을 열기 전 빠르게 호흡을 가다듬고, 설렘과 떨림이 뒤섞인 마음으로 교안을 수십 번이나 다시 들여다보던 시절.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안에는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익숙함의 그림자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신승훈의 무대를 보며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래가는 사람들은 타고난 '재능'때문이 아니라 지키고 싶은 '마음의 결' 때문에 오래간다는 것을.

오늘도 이 일이 내게 너무나 소중하다는 마음.

오늘도 처음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마음.

오늘도 이 자리에 서서 내 몫을 충분히 다하겠다는 마음.

그 매일의 마음들이 켜켜이 쌓여 35년이라는 거대한 시간을 채운 것이다.


그는 팬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

노래를 부를 때도,

무대 사이에 대화를 나눌 때도,

기록 영상 속에서도,

그는 늘 '함께'라는 단어를 이야기했다.

좋아하는 일을 혼자만의 성취로 끝내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과 함께 쌓아가는 사람.

그것이 그의 커리어를 단순한 경력이 아닌, 단단한 '시간의 두께'로 만들어주었다.

돌아보면 커리어란,

결국 화려한 성과보다는 작은 진심 하나가 오래 남는 법이다.


"35년 동안, 어떻게 저렇게 한결같이 완전한 에너지로 무대를 채울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콘서트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커리어 초반엔 속도를 내고, 중반엔 불안해하고, 후반엔 방향을 잃곤 한다.

그래서 35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긴 시간이 아니라 존경받아 마땅한 시간이다.

한 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수많은 변화의 파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다시 세우고,

지켜내고,

또 새롭게 만들어낸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의 커리어가 특별한 이유는 그가 '정점을 찍었기 때문'이 아니다.

정점 이후에도 계속해서 걸었기 때문이다.

대중의 취향이 바뀌고,

음악 시장이 요동치고,

발라드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말이 나올 때에도 그는 묵묵히 자기 음악을 했다.

누군가를 흉내 내거나 유행을 좇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더 깊게, 더 넓게, 더 진심으로 파고들었다.


커리어는 거대한 전략이나 화려한 포트폴리오보다, 매일의 마음이 쌓여 만든 시간의 지층이다.

하루 한 번, 자신에게 묻는 작은 질문들.

오늘 어떤 태도로 일하고 있는지.

오늘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지.

오늘 내 마음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그 작은 답들이 모여 한 사람의 커리어를 완성한다.

그 축적의 힘을, 35년 차 가수의 목소리가 증명하고 있었다.


공연장에서 그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오래가는 사람은 버틴 사람이 아니라 매일 다시 시작한 사람이라는 것을.
오늘의 최선을 어제의 최선과 비교하지 않고,

늘 새롭게, 늘 진심으로 쌓아가는 사람.


그래서 그의 노래는 35년이 지나도 여전히 현재형이다.
그래서 그의 무대는 언제나 팬들을 울린다.
그리고 그래서,

그의 커리어는 한 가수의 삶을 넘어 치열한 하루를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위로가 된다.


부디 나의 무대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세월이 흐를수록 낡아가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기를.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매일 새롭게 사랑하는 시간이기를.


당신의 오늘은 어땠는가.

어제의 익숙함에 기대어 흘려보낸 하루였는가.

아니면 처음 그날처럼 설렘과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하루였는가.


*오늘의 질문*
: 당신이 35년 뒤에도 여전히 지키고 싶은, 당신만의 '초심'은 무엇인가요?

오래간다는 건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의 작은 진심이 포개어지는 과정입니다.
'오늘도 이 일이 소중하다고 느낄 때',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내 자리에서 내 몫을 다하고자 마음을 세울 때'
우리는 그 마음의 결을 확인합니다.

당신이 매일 쌓아 올린 그 보이지 않는 마음 한 조각이 언젠가 당신만의 35년을 단단하게 완성시켜 줄 거예요.



#가수신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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