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 보이려는 게 아니라, 다시 나답게 살고 싶은 나이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생일 축하합니다.”
몇 년째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는 오래된 지인들과의 생일 파티.
그날은 내 생일을 위해 오랜만에 뭉쳤다.
누군가는 풍선을 불고,
누군가는 초를 붙이고,
또 누군가는 내 머리에 반짝이는 머리띠를 씌워주었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도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이어졌다.
사진 담당은 늘 한 후배의 몫이다.
휴대폰 기종 때문인지 그녀가 찍으면 신기하리만큼 다들 예쁘게 나왔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사진은 ○○가 찍어야 돼”가 우리 모임의 불문율이 되었다.
그 후배는 아이폰 유저다.
늘 테이블을 돌며 각도를 바꿔 찍고, 빛을 잘 잡는 자리까지 찾아내는 사진 장인이기도 하다.
"선배, 여기 조명이 예뻐서 그냥 기본 카메라로 찍어도 지금 완전 예쁘게 나와요."
후배의 한마디에 신나서 이런저런 포즈를 잡으며 모델놀이에 빠져있을 때,
갤럭시 유저(그녀도 아이폰 유저였지만 얼마 전 갤럭시로 갈아탔다) 동기가 말했다.
"근데 요즘 MZ들은 아이폰보다 갤럭시를 더 좋아한다며?"
나도 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10~20대의 아이폰 이용률은 줄어든 반면,
유독 40대 남성층에서 아이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폰 17프로 오렌지 구매 의욕 감소짤'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유행한다는 뉴스도 봤다.
AI로 만든 그림은 ‘영포티(Young Forty·젊은 40대)’ 이미지를 활용해 4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한 손에 아이폰 17을 들고 있는 모습인데 그림 속 남성은 볼캡 모자에 큰 로고 티셔츠와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청반바지를 입고 있다. 어깨에는 검은 크로스백을 메고, 다른 한 손에는 큼지막한 나이키 쇼핑백을 들었다.
더 이상 애플이 ‘젊음의 상징’이 아니라 ‘아재의 필수템’이란 조롱의 뜻이 담겨 있었다.
한때 ‘젊고 세련된 40대’를 상징하던 영포티가 이제는 ‘나이에 맞지 않게 젊은 척하는 사람’을 비꼬는 표현이 되어버린 것이다.
https://tv.zum.com/play/3194199
사실 ‘영포티’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건 10년 전쯤이다.
그땐 멋있게 나이 드는 사람들의 대명사였다.
자기 계발에 열정적이고, 트렌드에 밝고, 나이보다 젊은 감각을 지닌 사람들.
'나이 들어도 멋지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단어였다.
하지만 지금의 ‘영포티’는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철들지 않은 어른,
누군가에게는 얄팍한 허세,
그리고 누군가에겐 ‘나도 MZ야’라고 외치는 중년의 징표가 되었다.
젊어 보이려는 욕망이 조롱의 대상이 된 시대.
나는 그게 조금 서글펐다.
나이 들어가는 것도 충분히 버거운데, 이제는 취향까지 눈치를 봐야 하는 걸까.
나이에 따라 어울리는 옷, 음악, 기기, 취향까지 규정하려는 시선이 생겼다.
그 틀에서 벗어나면 ‘철없다’는 말이 돌아온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그 ‘젊은 척’이라는 말속에는 다른 의미가 숨어 있다.
그건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
“나 아직 살아 있다”는 마음의 표현 아닐까.
코칭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이젠 나서기 싫어요.”
“이 나이에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좀 민망해요.”
그 말속에는 피로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다시 살아 있고 싶은 욕망이다.
누군가의 엄마로, 상사로, 팀장으로 살다 보면 내 이름 석 자로 존재하던 시절이 점점 멀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그때의 나를 불러내려 한다.
그건 ‘젊은 척’이 아니라 나를 다시 느끼는 시도다.
‘영포티’라는 단어가 조롱의 언어로 소비되더라도, 나는 그 안에 숨은 긍정의 의미를 되살리고 싶다.
40대는 참 묘한 시기다.
세상은 여전히 변하고, 내 안의 익숙함은 점점 단단해진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묻는다.
‘지금의 나는 괜찮은가?’
‘이 익숙함 안에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나 변하지 않아도 괜찮다.
핸드폰을 바꾸지 않아도,
트렌드에 올라타지 않아도,
우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익숙한 것 안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어른의 젊음 아닐까.
이제 나도 40대 후반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걸 배우기 좋아하고, 좋아하는 걸 이야기할 땐 설렌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도 작게 반짝이는 새로움을 찾으며 살아간다.
그렇게 오늘도,
나답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나는
영포티다!!!
*오늘의 질문*
: 당신에게 '젊음'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젊음은 나이를 거슬러 올라가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이에요.
새로움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익숙한 일상 속에서도 설렘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 안의 '젊음'을 오래도록 숨 쉬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