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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서른다섯 살 연하남을 소개합니다

우리 딱 1분만 안고 있자

by 커리어포유

"아, 학교 가기 싫다..."

또 시작이구나 싶었다.

주말 동안 늘어지게 늦잠도 자고 실컷 놀고 났더니 월요일 아침엔 학교 가기 싫다는 투정...

“가기 싫어도 빨리 가. 늦었어.”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 막 내뱉으려는 순간...

그때였다.


엄마… 우리 딱 1분만 안고 있자. 그럼 기분이 좀 좋아질 것 같아.


그 말에 나는 순간 입술이 굳었다.
한 박자 늦은 침묵이, 오늘 아침엔 참 다행이다 싶었다.

나는 조용히 두 팔을 벌렸고 아이는 말없이 내 품 안으로 들어왔다.

툭, 하고 몸을 기대는 그 작은 무게.
팔 안에 들어온 체온이 생각보다 따뜻했다.

얇은 티셔츠 너머로 전해지던 그 숨결과 맥박이 내 마음까지 데우고 있다는 걸 그 아이는 알고 있었을까.

아이는 조용히 내 품에 안겨 있었고, 나는 조용히 아이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었다.
아무 말 없이, 1분 동안.
그 1분이, 참 길고도 짧았다.

기분이 좋아졌다는 건 아이보다 내가 먼저 느꼈다.
누군가의 품이 필요했던 건 어쩌면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들은 감정이 참 투명한 아이다.

좋으면 좋다고,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그 마음을 망설이지 않고 표현한다.

“엄마, 나 지금 좀 슬퍼.”

“엄마, 아까 나 때문에 속상했지? 미안해.”
“오늘 반찬 진짜 맛있었어. 고마워.”
“엄마는 뭘 먹어서 이렇게 예뻐?”

“난 엄마가 너무 좋아. 사랑해.”

그 말들이 나를 얼마나 자주 웃게 하는지 아이는 아마 모를 거다.

그 말들은 이따금은 감동이고, 이따금은 반성이고, 대부분은 그저 고맙다.


예전엔 주말마다

“오늘 우리 데이트할까?” 하고 먼저 묻던 아이였다.
함께 카페에 가는 것도, 마트에 장 보러 가는 것도 그 아이에겐 특별한 ‘데이트’였다.

그런 아이가 요즘은 친구들과의 약속이 많아졌다.
마냥 서운하진 않지만, 그럴수록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언젠가는 이 아이도 내 품을 떠나겠구나.’

이별이 머지않았다는 예고 같은 것.
그게 아무리 자연스러운 일이라 해도 그 ‘자연스러움’ 앞에서 마음이 덜컥, 한다.

그래서 기록해 두기로 했다.
기억은 흐려지지만, 글은 남으니까.


나는 말을 업으로 삼고 있다.

말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관계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아이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날이 많다.

그 안에는 언제나 감정이 숨어 있고, 그 감정 안에는 서툴지만 분명한 관계의 신호가 자라고 있다는 걸 알기에...


이 글은 초등학교 6학년, 서른다섯 살 연하남과 나눈 감정의 기록이다.

때론 웃기고, 때론 귀엽고, 때론 울컥한 순간들...

매일 반복되는 일상, 반복되는 대화 속에서 '유독 그 말은 왜 이리 마음에 남을까?' 싶었던 장면들을 조심스레 꺼내어 붙잡아본다.

어쩌면 이 이야기들이 당신의 어제와 아주 닮아 있고, 당신의 오늘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들 사이 어딘가에 당신의 마음이 살짝 걸렸으면 좋겠다.

아이의 말 한마디 때문에 하루가 따뜻해졌던 기억, 툭 던진 아이의 표현에 괜히 울컥했던 순간들을 조용히 꺼내어 적어두는 작은 기록들이 당신의 기억 속 어떤 장면과도 조용히 닮아 있기를......


*부모 마음 처방전*

“학교 가기 싫어.”
단순한 투정처럼 들리지만, 그 말 뒤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숨어 있을 수 있어요.
피곤함, 낯섦, 서운함, 두려움...
아이도 이유를 다 알지 못한 채 그저 ‘가기 싫다’는 말로 마음을 내비치곤 하죠.
그럴 때 부모의 반응은 감정을 받아들이는 연습이자,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1. “왜 그래?”보다 “그럴 수 있지”
: 감정은 해석보다 수용이 먼저예요.

2. 이해보다 연결이 먼저
: 말의 논리를 따지기보다, 아이가 느끼는 '그 기분'에 잠시 머물러 주세요.
공감은 설명보다 강력합니다.

3. 말보다 먼저 닿는 위로
: 말없이 안아주는 1분, 그 짧은 시간이 아이에게는 하루를 견디는 힘이 될 수 있어요.

4. 감정이 머무는 공간
: 아이의 감정을 바꾸려 하기보다, 그 감정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세요.
부모의 반응은 아이의 감정조절 능력을 키우는 첫 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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