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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엄마는 내 거야!

엄마 없는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by 커리어포유

며칠 전 아들이 장염에 걸려 병원을 찾았다.

병원주차장은 늘 그렇듯 비좁고, 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나는 좁은 공간을 지그재그로 빠져나가며 아들을 먼저 내리게 했다.

"엄마 차 대고 올게. 잠깐만 기다려."

아들은 익숙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병원 입구로 향했다.

주차를 마치고 병원으로 들어가자, 아들은 이미 접수를 마친 상태였다.

진료실 문 앞에 앉아 나를 기다리던 모습이 어쩐지 조금은 의젓해 보였다.

진료를 마치고 다시 차를 탈 때도 나는 말했다.

"엄마가 차 빼서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그런데 아들은 예상 밖의 반응을 보였다.

"아니, 나도 같이 탈래."

내릴 때와 달리 아들이 고집을 부렸고 나는 다시 한번 타이르듯 말했다.

“위험하니까 여기서 기다려.”

“싫어. 그냥 나도 같이 탈래.”

막무가내로 차를 타는 아들을 보며 한마디 하려는데

"엄마 없는 세상은 나한테 아무런 의미가 없어."

"무슨 말이야?"

"엄마는 위험해도 차를 타야 되는데, 그러다 혹시 엄마는 다치고 나만 멀쩡하면... 어떡해?

엄마 누구 거야? 엄마는 내 거야. 내 거 다치면 안 되니까 내가 옆에서 지켜줘야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나는 아들이 조금만 다쳐서 와도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너 누구 거야? 넌 엄마 거야. 그런데 자꾸 내 거 이렇게 함부로 할 거야? 내 거 잘 간수해."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장난처럼 건넸던 그 말을 그대로 나에게 돌려줬다.




어제는 어쩌다 보니 아들과 둘이서만 마트에 가게 됐다.

간단하게 장을 본다고 했는데도 어느새 장바구니 두 개를 가득 채웠다.

양손에 하나씩 들고 차에서 내리는데 장바구니 하나를 낚아채듯 가져가는 아들...

"엄마, 이거 내가 들게!"

"괜찮아. 그거 무거워."

"아니야! 안 무거워. 그리고 엄마 팔 아프잖아!"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사실 요즘 팔꿈치가 아파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아들이 그런 나를 걱정했다.

"내 거 더 아프면 안 되니까 내가 지켜줘야지."

자기 몸보다 더 큰 장바구니를 껴안듯 힘겹게 들고 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니,
괜히 가슴이 따뜻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혹여나 넘어질까 내 손을 꼬옥 잡고 걷던 아이가,
이제는 내 짐을 나눠 들겠다고, 내 아픈 팔을 걱정하며 앞장서 걷고 있다.

부모로서 내가 아이를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이 아이도 나를 지키고 싶어 한다는 걸, 그 마음이 이렇게나 깊고 진지하다는 걸 미처 몰랐다.

사랑은 일방적인 보호가 아니라, 서로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이렇게 또 깨닫는다.


*부모 마음 처방전*

1. 아이가 느끼는 걱정과 불안은 결코 가벼운 감정이 아닙니다.
그 감정을 무시하거나 웃어넘기지 말고, 진지하게 받아주세요.
"무서웠구나.", "그럴 수 있어." 같은 공감의 말이 아이의 마음을 안심시킵니다.

2. 부모가 아이를 지켜주고 싶은 것처럼, 아이도 부모를 지키고 싶어 합니다.
그 마음을 존중해 주세요.
"네가 엄마를 지켜주려고 했구나. 엄마는 네가 있어서 정말 든든해."
아이는 보호 본능을 인정받을 때, 스스로 더 강해진다고 느낍니다.

3. 위험을 피하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안전을 지키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엄마랑 같이 조심하면서 안전하게 가자."라는 말에 아이도 책임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배웁니다.

4. "엄마는 괜찮아."라는 말보다 "같이 조심하자."라는 말이 아이에게 더 큰 안정감을 줍니다.
아이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마음을 느낄 때, 불안이 줄어듭니다.
위험을 예측하고 준비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두려움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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