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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저 몽실이 됐어요 ㅠ.ㅠ

거절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by 커리어포유

매주 만나던 교육 담당자의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다.
눈에 띄게 짧아진 단발머리.
그보다 더 눈에 띈 건, 없던 앞머리였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 스타일이 훨씬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긴 머리에 이마를 시원하게 드러낸 모습이 그녀의 성격처럼 단정하고 깔끔해 보였는데...

하지만 뭐, 그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싶어 대신 이렇게 말했다.
“오늘 산뜻해 보이세요.”

그랬더니 그녀가 갑자기

"저 몽실이 됐어요..."

라며 억울하다는 듯 나를 쳐다본다.

“사실 그냥 끝만 살짝 정리하려고 미용실 갔거든요.

그런데 원장님이 앞머리 있으면 어려 보일 것 같다고 하면서

날씨도 더워지니까 길이도 좀 자르자고 하는 거예요.”

그 말에 거절을 못해서 그냥 "네..."라고 대답을 했단다.

그런데 사실 이전에도 앞머리를 내려본 적이 있는데

보는 사람들마다 답답해 보이고 안 어울린다고 해서

앞머리가 자랄 동안 모자만 쓰고 다녔던 때도 있었단다.

그래서 두 번 다시는 앞머리를 내리지 않겠노라 마음을 먹었는데

미용실 원장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해 후회막심이란다.




사실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누군가의 부탁이나 제안 앞에서
진심과는 다른 “네”를 말한 적이 있을 거다.

“이 정도는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이걸 거절하면 관계가 어색해지진 않을까?”
“혹시 나를 매정한 사람으로 보진 않을까?”

관계를 생각해서, 예의를 생각해서, 때론 내 이미지나 평판을 걱정해서

우리는 애써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부탁을 들어준 내가 괴롭다.
시간이 없고, 에너지도 없고, 감당이 안 되는데
이미 해주겠다고 말해버린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거절하지 못한 그 순간이 오래도록 내 뒤통수를 친다.


나에게 부탁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몇 번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 어렵게 말을 꺼내는 이도 있지만

"이 정도는 우리 사이에 해 줄 수 있지?"

"우리가 남이야?"

라는 말로, 묘한 의무감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 보니 거절을 하면

'상대방이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나를 매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나와의 관계를 끊으려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 때문에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어렵게 거절을 하고 난 뒤에도

내내 마음이 불편하거나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닐까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자신이 이전에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경우

그 순간이 생각나면서 거절당한 상대방의 마음을 떠올리며

'상처받은 건 아닐까?'

'미안해서 그 사람을 어떻게 보지?'

라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거절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거절을 할 때는 우선

'나는 여전히 당신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소중하다'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거절하는 것은 그 '부탁' 자체이지 '사람'에 대한 거절이 아님을 어필하라.


그리고 거절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상대방이 그냥 싫은 게 아니라면 분명 거절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상대방의 부탁에 충분한 관심을 표한 뒤

거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최대한 논리적이고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때 거절하기 위해 거짓말로 핑계를 대는 것은 좋지 않다.


거절은 정중하되 단호해야 한다.

나의 모호한 거절을 상대방은 승낙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거절할 때에는 분명하게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고 얘기해야 한다.


다른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도 좋은 거절 방법이다.

전부를 들어줄 수는 없지만 일부는 들어줄 수 있다거나
지금은 안 되지만 나중은 가능하다거나
나는 힘들지만 도와줄 수 있는 다른 누군가를 소개해 준다거나
부탁을 들어줄 수는 없지만 다른 방식의 협조는 가능하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 자료 정리 전부는 힘들지만, 마감 확인만 도와드릴게요.”
“지금은 어렵지만, 다음 주 초에는 가능할 것 같아요.”
“제가 대신은 못 해드려도, 관련된 분을 소개해드릴 수 있어요.”


거절은 단절이 아니라 서로의 에너지와 경계를 존중하는 행위다.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나를 그렇게 대하게 된다.


거절을 해야 한다면 Y-N-Y 화법을 써보자.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다.(Yes)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곤란하다.(No)
이렇게 거절할 수밖에 없어 미안하고 속상하다.(Yes)


상대의 부탁에 관심을 표시한 뒤

나도 도와주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거절한다는 말과 함께

나를 믿고 이런 부탁을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좋다.


그래도 거절이 어려운가?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외쳐보자!



조금 이기적이면 어때?
욕 좀 먹어도 괜찮아.
상대방에게 NO를 한 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YES를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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