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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나답게 말하기

내가 살아온 삶이 내 말에 담긴다

by 커리어포유
어떻게 하면
강사님처럼 말을 잘할 수 있을까요?

강의를 할 때 가끔 듣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되묻는다.

“말을 잘한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어떤 사람은 유창한 말을 원하고,

어떤 사람은 멋진 표현을 사용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내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말을 잘하려는’ 마음 때문에 오히려 말을 잃었다.
진짜 중요한 건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나답게 말하는 것’이다.

오늘은 스피치 강사로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답게 말하는 것’의 진짜 의미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유식해 보이려다 진심을 잃은 기업 대표

몇 년 전, 한 기업의 대표가 나를 찾아왔다.
그는 평소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가 내게 상담을 요청한 이유는 예상 밖이었다.

“갑자기 사회자가 저를 지목해서 한 마디 부탁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유창하게 말하고 싶어서 최신 경제 동향, 세계정세 이야기를 꺼냈어요.
하지만 점점 말이 길어졌고, 청중의 표정은 점점 무표정해졌습니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이렇게 설명했다.
“괜히 있어 보이려다 망한 거죠 뭐.”

말을 잘하려는 욕심보다 더 위험한 것은 ‘있어 보이려는 욕심’이다.

청중은 유식한 말보다 진짜 이야기를 더 기억한다.


2. 목소리를 감추려다 매력을 잃은 신입사원

한 기업 교육에서 만난 신입사원은 내 앞에 앉아 내내 어깨를 움츠리고 있었다.
수줍게 눈을 피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제 목소리가 너무 남자 같아서 고민이에요.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라는 칭찬 한 번 받아보는 게 소원이에요.”

이 얘기를 하는 동안에도 일부러 톤을 높이려다 보니 목소리가 불안정하고 전달력이 떨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신뢰감 가는 목소리인지, 얼마나 매력적인 보이스를 갖고 있는지 모르는 듯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감추려 할수록 더 어색해진다.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가 가장 진정성 있게 들린다.

가장 편안하게 낼 수 있는 내 목소리를 청중들도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3. 완벽하려다 길을 잃은 대학생

프레젠테이션 강의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늘 첫 줄에 앉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었다.
눈빛은 진지했고, 노트에는 빼곡히 메모가 가득했다.

“저는 발표를 완벽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결심이 묻어났다.

그는 발표 대본을 한 글자도 틀리지 않으려 외우고 또 외웠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기계적인 암기였다.

발표 도중, 청중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말했다.
“그 부분을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는 순간 멈춰 섰다.
대본에는 없던 상황이었다.
머릿속이 하얘졌고, 손에 쥔 원고를 급히 뒤적였다.

“어... 아... 그건... 그러니까...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청중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달달 외운 완벽한 발표보다 좀 머뭇거리고 실수를 하더라도 솔직하고 진심이 담긴 발표를 더 기억한다.




말을 잘하려는 욕심은 오히려 진심을 가린다.

있어 보이려는 말은 화려하지만 공허하다.
유식해 보이려 애쓰는 순간, 내 진짜 이야기는 사라진다.

멋져 보이려는 목소리는 불안정하다.
내 목소리를 감추고 꾸미려 할수록, 오히려 청중은 진심을 느끼지 못한다.

완벽하려는 발표는 기계적이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틀리지 않으려 애쓸수록 내 감정은 사라지고, 내 말은 차가운 텍스트로 변한다.


스피치에 있어서 진짜 중요한 건, "나답게 말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멋진 표현을 흉내 내지 않아도 좋다.
어렵고 화려한 말이 아니라, 내 경험에서 우러난 쉬운 이야기를 전하면 된다.
사람들은 완벽한 문장보다, 솔직한 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

내가 가장 편안하게 낼 수 있는 내 목소리로 전하는 진심,
때로는 실수해도 괜찮은, 솔직한 말.

그것이 진짜 말의 힘이다.


말은 단순히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그 안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 겪어온 경험, 품어온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떤 사람은 따뜻한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어떤 사람은 짧은 한마디로 누군가에게 용기를 준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깊은 깨달음을 선물한다.


그런 말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화려한 수사에서? 유식해 보이는 지식에서? 아니면 정확히 외운 문장에서?

아니다.
그 말은 그 사람의 삶에서 나온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가 말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말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내 생각, 내 마음, 내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의 언어를 지니고 있다.
오랜 시간 누군가를 배려하며 살아온 사람의 말은 따뜻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실패를 겪어온 사람의 말은 단단하며,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마주해 온 사람의 말은 진정성이 느껴진다.


말은 삶의 흔적이다.
가식 없이, 진심으로 살아간 사람의 말은 자연스럽게 힘을 갖는다.
그 힘은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화려한 표현으로 청중을 압도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어렵고 멋진 말로 나를 돋보이게 하려는 노력도 필요 없다.


진짜 중요한 건, ‘나답게 말하는 것’이다.
내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가장 편안한 목소리로, 솔직한 마음을 담아 이야기하는 것.
말을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진심은 사람들에게 닿는다.


말은 투명하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가 말에 드러난다.

잘 말하고 싶다면 잘 살아야 한다.
말을 꾸미기보다 삶을 깊이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사랑했는지가
결국 내 말의 깊이를 결정한다.

그러니 잘 말하려 애쓰지 말고, 진심을 담아 나답게 말해라.
유창하지 않아도 좋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당신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

어떤 목소리로,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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