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목소리 좋다는 소리 좀 들어보셨수?
좋은 목소리의 조건과 목소리 관리 꿀팁
어려서부터 목이 약했던 나는 감기가 오면 꼭 목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잠기거나, 심하면 아예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한 번은 라디오 생방송을 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도저히 나오지 않아 대타를 써야 했던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동네에 단골 이비인후과가 생겼다.
그런데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항상 똑같다.
"물 많이 마시고
커피나 차 종류는 드시지 마세요.
말은 가급적 하지 말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세요."
그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처방이다.
물을 많이 마시는 거야 억지로라도 애써본다지만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지 말라는 건...
그래... 그것도 좀 참아본다지만...
말로 먹고사는 나에게 말을 하지 말라니...
그나마 강의나 방송 스케줄이 많이 없을 때는 괜찮지만
몇 시간씩 떠들어야 하는 날엔
어쩔 수 없이 병원에 들러 주사를 맞고 버티기도 했었다.
충분한 휴식은 나도 원하지만 워킹맘으로서 그것마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탈이 나기 전에 미리미리 대비를 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목소리가 생명인 직업적 특성상 목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보이스 트레이닝 수업을 할 때
"본인의 목소리가 마음에 드나요?"
라고 물으면 대부분이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어떤 목소리가 좋은 목소리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중저음의 편안한 목소리요."
"발음이 좋은 목소리요."
"울림이 있는 목소리요."
"맑고 청아한 목소리요."
등 다양한 대답이 쏟아져 나온다.
여기에 센스 있는 교육생들은 "강사님 목소리요..."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사실 어디 가서 목소리 좋다는 소리 좀 들어본 나다.
왠지 자랑 같은데 자랑 맞다. ㅋㅋㅋ
내가 생각하는 좋은 목소리의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목소리다.
엥???
난 내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드는데 타고난 목소리가 가장 좋은 목소리라고???
그거야 목소리가 좋은 사람들 얘기지...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좋은 목소리는 본인이 갖고 태어난 고유의 음색을 제대로 소리 낼 수 있을 때 나오는 목소리다.
억지로 꾸며낸 목소리는 말을 하는 사람도 힘들지만 듣는 사람도 불편하다.
내가 가장 편안하게 낼 수 있는 목소리가 가장 좋은 목소리다.
평소에 말을 조금만 많이 하거나 노래방에서 노래 한두 곡 부르고 나면 목이 쉬는 경우
본인의 목소리가 아닐 확률이 높다.
이런 경우 자신의 톤을 정확히 알고 소리 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목 관리를 할 수 있다.
좋은 목소리의 두 번째 조건은 건강한 목소리다.
우리는 목소리만으로도 상대방의 건강 상태나 기분 등 많은 것을 파악한다.
실제로 컨디션에 따라 목소리는 많이 달라진다.
충분히 수면을 취하지 못한 날은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하고 잠기기도 한다.
피곤해서 목 주변 근육이 굳어있는 경우 발음이 뭉개지기도 하고
밥을 못 먹어서 체력이 달리는 경우 목소리도 힘이 없어진다.
좋은 목소리를 갖고 싶다면 컨디션부터 챙겨야 하는 이유다.
다음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나 미팅이 있다면 전날 술 약속은 잡지 말고 목소리에 윤기가 더해질 수 있도록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전날부터 물을 자주 마셔 성대를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좋은 목소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된다.
좋은 목소리의 세 번째 조건은 확신에 찬 목소리다.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실음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 말을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말에 힘을 싣는다는 것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라는 의미는 아니다.
낮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더라도 그 말에 대해 스스로가 확신을 갖고 있다면 듣는 사람들 역시 그 말에 힘을 느끼게 된다.
나 스스로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확실한 정보, 진실성을 갖춰야 한다.
좋은 목소리의 마지막 조건은 발음이 분명한 목소리다.
발성과 발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아무리 좋은 목소리를 가졌다 하더라도 발음이 좋지 못하면 목소리 자체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목소리의 조건으로 꼽는 울림 목소리(흔히 말하는 목욕탕 목소리)의 경우
특히 발음이 뭉개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연재하겠지만
제일 중요한 한 가지는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 소리를 내 보라.
그리고 그 순간 손가락 세 개를 "세워서" 입에 넣어보라.
정확한 "아" 소리가 나오기 위해서는 손가락 세 개가 모두 입에 들어가야 한다.
정확한 발음을 위해서는 생각보다 입을 훨씬 더 크게 벌려야 한다.
결국 좋은 목소리란 단순히 타고난 음색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정확히 알고, 꾸준히 관리하며,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있는 목소리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
목소리는 단순히 소리가 아니라 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다.
건강하게, 자연스럽게, 그리고 확신 있게 내 목소리를 지킬 수 있을 때
내 이야기를 제대로 전할 수 있다.
목소리는 나를 표현하는 첫 번째 도구다.
건강한 목소리는 신뢰를, 진심 어린 목소리는 감동을 만든다.
스피치 강사로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교정하며,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읽어왔다.
목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그 사람의 자신감, 진심, 그리고 삶의 태도를 그대로 드러낸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체계적으로 목소리를 관리해 보자.
<생활 속 목소리 관리법>
1.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신다.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물은 성대 점막에 무리를 준다.)
2. 술, 카페인 음료, 유제품은 "N0"
(술이나 카페인 음료의 경우 성대를 마르게 하고 유제품은 목소리를 탁하게 만든다.)
3. 시끄러운 환경에서 말하기 "N0"
(지나치게 큰 목소리도 성대에 무리를 주지만
속삭이는 듯이 작은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성대에 무리가 간다.)
4. 생리. 임신 중에는 목소리 아끼기
(성대의 혈액이 뭉칠 수 있어 가급적 목소리를 많이 내지 않는 것이 좋다.)
5. 헛기침 "NO"
(그 순간 목소리가 트이는 것 같지만 자극을 줘서 결국 더 목소리가 잠기게 된다.)
5. 수건으로 목을 감싸고 자기
(성우들은 1년 365일 실천하는 방법으로 목감기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6. 적절한 습도 유지
(피부뿐만 아니라 성대까지 촉촉하게 만들어준다)
7. 식염수로 코 세척하기
(콧속 먼지를 씻어내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8. 용각산(PPL 아님.. ㅋㅋㅋ)
(개인적으로 즉각적인 효과가 있어 목 상태가 좋지 않은 날 방송이나 강의 전에 사용하는 편이다.)
좋은 목소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관리하고 연습하면 당신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좋은 악기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