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출 Sep 16. 2016

제1부 봄은 아프면서 온다

나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데 시만큼 좋은  수련방법은 없다(1-14)

나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데 시만큼 좋은 수련방법은 없다





 또 한 해가  시작되었다.  지난해를 차분하게  돌아본다.  하루하루가  고맙다.  새해가 밝았으니 다시  시작해봐야 한다.  해가 바꿔도 네게로  가까이 있는,  이럴 때는 책 한 권  읽는 것도 고독을 달래는 보약이니라.무슨 사연이길래?  한 번도 소리 내어  울지 못한 그대였을까?  지금 내가 두 번 더  읽고 있는 이 책은 존 폭스의 ‘시(詩)  치료’에 관한 에세이집이다.  시가 삶과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주관적이겠지만,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오는 것임이 확실해 보인다.  헤르만 헤세는  “시는 원래 솔직하고 생명을 가진 영혼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고 감정과 경험을 깨닫기 위해 표출하는 방출,  외침,  울부짖음,  한숨,  몸짓  반응이다.  시의 이러한 자연  발생적이면서 중요한 작용 때문에 시를 함부로 판단할 수도 없고,  시는 시인 그  자신에게 말을 건넨다.  그것은 그의  울부짖음,  그의  절규,  그의  꿈,  그의 내지르는  주먹이다.“라고 했다.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즐겁지만은 않다.  시인이란 이름 때문에  시인이 욕먹고 시가 욕먹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욕먹고  시인에게 욕먹고 시에 욕먹기 위해 태어난 나다.  시인이 시를 욕하고  시인이 시인을 욕하고 그래서 시인은 동네북인지 모른다.  그래도  어쩌겠나?  시가  좋은걸.  시도 시인도 때로는  방황하며 우울증에도 걸리는 거다.
 내가 시를 처음 접할 때부터 나는 시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가끔 좋은 시를 읽고  난 후부터 나도 멋진 시 한 편 지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가슴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을 뿐,  시인은 아무나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인은 문학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문학에 대한 소질과 자질을 갖추어야 만이 시인이 될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시인의 꿈은 있었지만,  용기가 없어 그 꿈을  접고 말았다.  내가 꿈꾸는 꿈은  사라졌어도 다시 그 꿈을 꿀 기회가 내게로 다시 찾아와 천만다행이었다.  꿈이란 게 꾸다 보면  생각지도 않던 백일몽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시는 어느 날 예고 없이 내게로  왔다.  처음에는 시가  두려웠다.  시가 내게로 온  이유를 시에 물었다.  시가  말했다.  당신은 나의 주인이  되기를 꿈꾸지 않았느냐고?  한참  머뭇거렸다.  시는 온데간데없고  깜깜한 어둠뿐이었다.  내가 시 쓰는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냥 좋아서 쓸  뿐이다.  나를 반성하고  성찰하는데 시만큼 좋은 수련방법은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제 시는 나의 삶의  일정 부분이 돼버렸다.  한마디로 빼도 박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시 쓴지 십일 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시 맛을  모른다.  시 맛도 제대로  모르면서 시를 쓰는 아둔한 사람이라서 나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맨날 시를  읽고 시를 써요.
나는 이 책을 통해 ‘문학치료’에 흥미를 갖고 몇 번씩 읽고  있다.  나의 시 한 편이  몸과 마음 아픈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과 위로가 된다면 시 창작에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월간《출판저널》 독서에세이-행복한 책읽기  2015년 2월호

작가의 이전글 소요유(逍遙遊) 소요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