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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출 Apr 20. 2016

소요유(逍遙遊) 소요유다

거대한 땅, 중국에 가다③(2-10)

 거대한 땅, 중국에 가다③



이틀 묵은 항주 저장 두하오호텔 (Zhejiang Duhao Hotel)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아침 8시경에 주장(周庄)으로 출발했다. 우리가 이틀 묵은 호텔은 비교적 깨끗하고 불편함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객실에서는 와이파이가 잘 터져 아들과 카톡도 하고 보이스톡으로 통화도 했다. 대한민국만큼 인터넷 산업과 통신망 구축이 잘 된 나라도 없다고 새삼 느낀다. 중국도 한국처럼 5일 근무제라 한다. 아침부터 항주 시내를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지체되었다. 고속도로는 한산하다. 광활한 들판이 마구 스쳐 지나간다. 우리를 태운 관광버스는 약 1시간 20여 분을 달려 주장(周庄) 수향마을(水鄕村) 입구에 도착했다. 수향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과거 명나라와 청나라로 추억여행 온 기분이다. 그때의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아직도 잘 보존되고 다.
  좁은 수로에는 나룻배가 평화롭게 줄지어 떠간다. 수로 양쪽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집들은 낡은 살림집들이다. 수로와 집 높이가 엇비슷해 홍수나 장마로 인해 피해가 오면 어쩌나 걱정된다. 수로 물레를 빨고 그 물을 다시 수로에 버리는 장면이 왠지 낯설다. 여섯 명이 탄 우리 배가 수로를 따라 유유히 미끄러져 떠내려갈 때 수로 옆에 정착해 있는 나룻배의 처녀(?) 뱃사공이 구릿빛 웃음을 지어 보인다. 뱃사공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말이 안 통해 답답하다.

배에 오르기 전 쌍교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명나라와 청나라의 고택들을 둘러봤다. 이곳 주장은 중국 강남의 정원문화를 대표하며 주장은 강남의 수향마을을 대표한다. 수향마을의 멋은 명·청대의 100여 채나 되는 고택과 운하를 가로지르는 24개의 돌다리가 운치를 추가한다. 돌다리를 만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하여 수많은 사람의 손길이 닿아 반질반질 윤기가 나있다. 수로에서 바라본 쌍교는 처음으로 본 것보다 더 운치가 있어 보인다. 쌍교는 이곳을 대표하는 명소이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번잡하다.

 여기가 화가 진일비(陣逸飛)의 그림 ‘고향의 추억’으로 유명해진 쌍교다. 골목마다 볼거리가 많았다. 거부 심만삼의 사가(私家) 1층에는 많은 자녀를 위하여 별도 공간을 마련해 이복형제 자매들이 한 자리서 공부했다고 한다. 심만삼(沈萬三)의 고택도 구경할만한 하다. 여러 명 아내가 낳은 아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교육하는 방이 눈길을 끈다. 겨우 발끝만 걸쳐질 정도로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이 집의 딸들이 신랑감을 선봤다는 쪽문도 있다. 돼지 허벅지살로 족발처럼 만든 최고의 ‘만삼제(만삼 족발)’로 유명하다. 집 안뜰까지 운하가 연결되어 있어 집안에서 배를 타고 각처로 왕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장씨 고택을 보면서 당시 부호들의 여유로운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고색창연(古色蒼然)이란 말을 붙여도 전혀 손색없는 마을이다.
  수향마을 뒷골목을 가로질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데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폐허 같은 집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빨랫줄에는 낡은 빨래가 삶의 고달픔을 말해주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 어디든 양지와 음지가 있게 마련이다. 보여주고 싶은 것과 감추고 싶은 것이 있음을 백분 이해한다.
  3박4일 짧은 여행에서 중국의 눈부신 발전상과 사람들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곳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찬찬히 구경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여행 안내원의 세부적인 설명 덕분에 이해가 좀 빨랐다. 주장에서 상해로 돌아오는 길에 홍차오 공항(Hongqiao Airport) 근처 한국식당에서 삼겹살에 시래기 된장국으로 점심을 했다. 한국 사람은 역시 한식이 최고인 것 같다. 도톰한 삼겹살 익는 소리에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듯 “여기요? 삼겹살 한 접시 더요!” 삼겹살에 우리 소주 한잔 하는 것도 별미였다. 애주가였던 나는 술 끊은 지가 5년이 되었다. 한 잔 마시고는 싶었는데도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여 꾹 참는다. 오늘 밤만 자고 나면 내일은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번 여행은 형제들 부부동반이라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형님은 호텔 방 카드키를 손에 지참하고도 카드키 없다고 형수님과 다투고 아내는 나하고 다시는 함께 여행 안 다닌다며 토라졌다. 음식 가리는 누나가 중국음식 안 먹는 것을 두고 성내는 매형, 아침 식사하고 다시 호텔 방으로 올라왔다 내려가는 것 가지고 의견이 갈리는 자형과 누나, 항상 사소한 일로 말로 싸우고 화해하는 '칼로 물 베기하는 것'이 부부싸움이다. 잠시 토라졌다가 다시 다가서는 법칙은 어디에서나 유효하다. 상해의 몇 군데를 더 구경하고 어둠이 깔린 늦은 시각에 우리는 구오만 상하이호텔(Guoman Shanghai hotel)로 왔다. 늦은 시각인데도 호텔 로비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고층 숙소에서 바라본 창밖에는 불빛만 보일 뿐 세상이 고요하다.

 이곳으로 다시 여행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좀 더 알찬 여행이 될 것 같다. 휴대전화기에 저장된 수많은 사진을 넘기면서 기행수필을 쓰고 있는 나는 행복하다. 사진을 넘길 때마다 그곳의 풍경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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