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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령 Jun 04. 2019

몸은 노예, 마음은 집시

나의 인생 최대 가치는 돈과 시간의 여유

나는 늘 자유를 꿈꾼다.


아침 즈음 거의 코마 상태로 정신없이 자는 내가 알람 소리에 맞춰 억지로 눈을 떠야 할 때, 나는 짜증을 넘어 분노했다.


 느덧 30대. 지금껏 자유를 갈망하며 무수히 많은 일자리를 전전했다. 왜냐고? 내가 원할 때 월차나 연차 따위 쓸 수 없는 일들이었으니까.

내가 쉬고 싶거나 친구들과 날짜를 맞춰 여행을 하고 싶을 때 나의 선택지는 퇴사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을 쉽게 그만둘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둬도 아쉬울 만큼 좋은 조건이 아니었기에 더 가능했다.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정도의 급여,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 나는 딱 그 정도 사회 구성원이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졸업을 하고도 10년을 훌쩍 넘게 다람쥐 쳇바퀴처럼 제자리를 돌고 있다.


덕분에 20대에는 다양한 알바 경험을 쌓았다. 하고 싶은 것, 끌리는 것은 내가 할 수 있겠다 싶으면 다 도전해 봤다. 어쩌면 언제든 쉽게 그만둘 수 있도록 일부러 알바 위주로 더 일을 구했는지도 모르겠다. 20살 나의 인생 첫 알바였던 휴대폰 판매부터 대형 할인마트 행사 매대 판촉 업무, 탈인형극 뮤지컬, 모 전자 서비스센터 안내 데스크, 독서 코칭 학원, 방문학습 등 등. 지금 퍼뜩 떠오르지 않는 단기 알바도 많을 것이다.

놀러 갈 때마다 수시로 일을 그만두고 다시 새 일을 하는 나에게 한 동생이 말했다. 누나 참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사실 잃을 게 없어서 난 더 쉬웠을 뿐인데.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책 쓰려고 그래. 제목도 정했는데 <천만 개의 직업 탐방기>라고, 채우려면 아직 한참 부족.'' 그냥 한 소리였지만 정말 쓸 수 있다면 좋겠다.


누군가는 그 나이에 철이 없다 그랬다. 사실 나는 철 들 생각이 없는데. 내 평생 꿈이 아이처럼 사는 거라고 말하려다 입을 닫았다. 어차피 다른 가치관을 가진 것뿐이니 서로 존중해주길 바랄 뿐이다.

내 타고난 기질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억지로 어른스러움, 성숙함을 원하지 않는 내게 고맙다. 그래도 나이가 들수록 선뜻 일을 그만두는 게 점점 두려워져 강제 노예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는 지금도 꿈꾼다.


언제든 집시처럼 훌쩍 떠나는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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