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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령 Jun 04. 2019

너는 시베리아 눈밭에 묻힌 작은 다이아

feat. 사주 아줌마

귀가 얇은 건지, 혼자 인생을 헤쳐나갈 의지가 약한 건지 나는 예전부터 점집이나 철학관에 가서 사주 보는 걸 좋아했다.

하고 싶은 건 많고 내 몸은 하나인지라 누군가 '넌 이 길을 가거라' 하고 속 시원히 얘기를 해줬으면 했다. 그때는 막연하게 성공에 대한 의지도 강할 때라 '뭐든 시작해서 미래의 난 대기만성한 큰 놈이 되어 있을 거야' 하고 생각했다.


여기저기 많은 곳을 찾아다녔지만 나 좋은 것만 듣거나 나쁜 건 흘려듣는 탓인지, 아직 '여기다' 싶은 곳은 못 찾은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다양한 성격과 모습을 갖고 있고 그중 어떤 모습을 남들에게 많이 꺼내 쓰냐에 따를 뿐이라 어떤 성격을 얘기해도 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늘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가르치는 팔자라 선생이 제일 좋다는 거였다.

"전 공부 못하는데요?" 하니, 꼭 학교 선생이 아니라도 뭐든 가르치면서 푸는 게 좋다고 했다. 그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여러 일들을 전전하면서도 가르치는 일을 제일 오래 하긴 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떠돌면서 들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하나는 단연 이것이다.



언니 사주는 시베리아 같이 엄~~ 청 넓은 벌판에 눈이 소복이 쌓여있는데 그 안에 묻혀있는 작은 다이아반지야. 하얀 눈에 다이아가 묻혀있으니 그게 보여 안 보여? 언니 같은 이런 사주는 정말 내가 다 속상하다. 나는 이렇~게!! 반짝이고 있는데 아무도 날 몰라줘!!!


";;;;;;;;;"


여기 어디쯤??


너무 찰떡같은 비유에 감탄할 뿐이다.

그 말을 친구들에게 해주니 다들 배를 잡고 웃었다. 내 절친들이 예전부터 말하길,

"가령이는 정말 빼어나게 잘하는 건 없는데 썩히기엔 아까운 잔재주가 많. 내 친구 그러고 보면 참 잘하는 건 많은데~ 돈 버는 거 빼고" 

그 잔재주 니들이라도 알아줘서 아주 고ㅡ오맙습니다 이 자식들아.(잠시 눈물 좀 닦고)

그때부터 공모전에 뭘 내든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꼭 말한다.


젠장! 난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데 왜 날 몰라줘!






얼마 전 대학교 동기 동생들과 다른 철학관 얘기를 하다가 한 동생이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가 옛날에 갔던 모 철학관이 엄청 잘 봤던 것 같다. 그 아저씨 말대로 다 됐다" 하는 것이었다.


"정말? 아... 그때 아저씨가 나한테 뭐라 했었는지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안 나. 너희는 혹시 아저씨가 나한테 뭐라 했는지 기억나? 그때 무슨 말 해서 우리 엄청 웃었던  것 같은데"


그 순간 한 동생이 "아! 생각났다!!!" 하며 박장대소를 했다.


당시에도 난 베짱이 같은 인간이었는데 어딜 가든 나 하나 먹고사는 건 문제없다, 뭐 어마어마하게 떼돈은 못 벌어도 웬만큼은 살 거다 하는 얘기는 곧잘 들었다. 그 아저씨도 같은 소리를 하길래, 난 욕심은 많아서 이렇게 물었다.

"그래도 전 떼돈 벌고 싶어요. 뭘 해야 어마어마하게 벌 수 있을까요?"

그러자 아저씨는 바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렇게 게을러서 무슨 떼부자가 되겠다고~
이번 생은 그냥 놀다 가세요


어쩌면 좋은 말이라고, 내 인생에 아주 걸맞은 얘기라고 실컷 웃었다.


하지만 아저씨, 꼭 부지런히 내 몸으로 뛰어야 돈 버는 세상이 아니라구요! 난 일도 놀듯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걸 찾아 떼부자가 될 거예요. 아저씨도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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