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발제문
이번 독서모임에서는 악에 관해서 얘기해보고자 했다. 우선 애덤 모턴이 쓴 <잔혹함에 대하여>는 대중을 위한 철학서로서 사례 위주로 악의 개념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학서로는 드물게 대화에 적합한 책이었다. 같이 본 영화 <엘르>는 전형성에서 벗어난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로, 그들의 행위 하나하나를 사례로 보고, 악과 잘못을 구분하고 따져볼 수 있는 텍스트로서 적합했다.
잔혹함에 대하여
1. 애덤 모턴은 이 책에서 악을 정의 내리려고 애를 씁니다.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려고 했던 게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2. 잔혹함에 대하여의 첫 문장은 '우리는 언제나 그것의 한가운데 있다'입니다. 여러분에게 그것은 무엇인가요?
3. 이 책의 주제는 짧게 요약하면, 악을 극복하기 위해서 악을 제대로 알자는 것입니다. 우린 책을 다 읽었습니다. 악을 정의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며 설명해봐요.
4. 저자는 악의 특성에 대해 혐오감, 잔혹성, 이해 불가능성에 둡니다. 악과 잘못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5. 악을 저지르는데 환경(외적 요인)은 어떤 영향을 가질까요? 악은 본성인가요, 아니면 학습된 무엇인가요.
6. 저자는 상상력을 강조합니다. 악을 상상한다는 것은 어떤 걸까요. 저자의 주장은 공감이 가나요?
7.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이 점점 더 매체(뉴스, 영화, SNS, 유튜브)에 등장하고, 적나라해지는 이유는 뭘까요. 선정주의는 우리에게 폐해만 가져다줄까요. 극사실주의가 가져다주는 공익성은 있을까요.
8. 저자는 악을 이미지화하는 행위를 경계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악의 이미지는 뭔가요?
9. 우리는 때로 몰라서 그랬다는 말로 잘못을 사과합니다. 모른다는 것에는 악의가 없는 걸까요?
10. 세상이 복잡해지는 건 대체로 선해 보였던 사람이 보이는 악한 행동, 무뢰한으로 보였던 이가 얼핏 펼치는 선한 면모일 수 있습니다. 애초부터 악한 기질을 가진 사람이 존재할까요?
11. 저자는 복종의 욕망에 관해 말합니다. 복종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하여 안도감을 느끼는 심리입니다. 평소 일상에서 통제권을 넘겨버리는 데서 이득을 취한 경험이 있나요?
12. 인간에게 사회적 규약과 달리 내재 한 도덕성은 본능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비윤리적인 악행을 하게 될 땐 어떤 심리가 작동하는 걸까요. 관련된 개인적·사회적 이슈로 무엇이 있을까요?
13. 이 책이 말하는 테러리즘의 발발 요건은 절대적 권력 앞에서 소수의 사람이 저지르는 극단적 선택의 합리화에 있습니다. 여러분은 일상에서 자신을 사회적 약자로 느끼시나요. 상대적으로 힘 있는 사람 앞에서 자신을 약자로 생각하여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용인한 경험이 있나요?
14. 책은 화해로 마지막 구두점을 찍습니다. 복수는 등가 교환이 불가능하고, 분노는 사그라들 줄 모릅니다. 용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화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15. 악의 프레임을 생산하는 언론/정부/예술의 프로파간다에 몰이에 여러분은 어떻게 대항하시나요? 올바른 진실을 선별하고 누군가를 적대시하는 과정에 어려움을 느끼시나요?
엘르
1. 영화엔 한 여성의 여러 피해사례가 등장합니다. 책과 관련된 개인적·사회적 이슈로 무엇이 있을까요?
2. 엘르에서 미셸은 폭행을 당한 후에 경찰에 신고하거나 심리상담을 신청하지 않습니다. 공권력을 비롯한 외부의 힘을 멀리한 채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미셸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요?
3. 그녀는 범죄적 상황을 게임의 상황으로 역전시키고, 시선의 주체가 되어 이웃을 훔쳐보거나, 성적 대상을 유혹하는 능동적 행위자로 도약합니다. 상대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폭력의 극단을 수행한다. 당신은 그녀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을 즐기면서 영화를 보셨나요?
4. 미셸은 복역 중인 아버지의 죽음을 안 직후 자동차 충돌 사고가 나자 놀랍게도 문제의 강간범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그녀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5. 미셸은 범인의 침입 장면을 여러 번 상상하며 다시 그런 상황이 닥치기를 기다리는 듯 보입니다. 복수와 응징, 가해자의 위치에 서서 힘의 논리로 눌러버릴 상황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그녀의 복수 심리는 악일까요.
6. 회사에서 그녀의 사진을 영상에 합성하여 전 사원에게 메일로 돌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7. 강간을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에피소드인 양 취급하고 그 결과물로 발생한 에로티시즘까지 즐기는 설정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8. 영화는 어떤 면에서, 전형적인 피해자에서 벗어나, 얼간이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처럼 보입니다. 여러분은 횡횡하는 악행들 앞에서 어떤 태도로 맞서고 계신가요.
9. 그녀는 하는 짓(불륜, 불효녀, 악담, 선정적인 게임 제작)으로 보건대 윤리적으로 이입할만한 인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런데도 미셸은 왜 이리 매력적일까요? 그녀의 말과 행동에 공감하면서 영화를 보았나요?
10. 여러분이 알고 있는 가장 악에 근접한 사건은 뭔가요? 그 사건이 유독 악해 보였던 요인은 뭐였을까요?
11. 영화는 인간성의 어둠에 도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폭력과 에로티시즘의 스펙터클을 실컷 펼쳐놓은 다음 관객이 방금 무엇을 즐겼는지 깨닫게 하는 식이죠. 여러분이 범죄물을 보고 즐기는 심리는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