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험신문 칼럼] 다다익선과 함께 하는 인슈포트라이트
# 해당글은 한국보험신문에도 게재되고 있는 오명진 작가의 '인슈포트라이트' 칼럼입니다.
라인(LINE)이 일본 손보사와 협력하여 '소액단기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손보재팬이 보험계약을 인수하고, 라인은 메신져 어플이 보유하고 있는 대량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채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손보재팬이 다루고 있는 매우 다양한 형태의 보험 리스크를 보장하며, 가입 또한 라인페이를 통해 쉽게 결제가 가능하도록 구성하였다. 즉, 고객, 상품, 청약, 결제, 보험금 지급까지 하나의 어플 안에서 모두 이뤄지는 형태이다. 소비자는 보험가입을 위한 창구로서 설계사 또는 상담원을 만날 필요도 없으며, 복잡한 서류를 읽고 수십개의 서명 절차도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이 라인에서 판매하는 보험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소액단기보험은 국내에서 보험료 규모가 작고 수익성이 떨어져 채널에서 취급하지 않았던 '미니보험'이라는 이름의 상품과는 그 결을 조금은 달리한다. 국내의 미니보험은 기존 상품의 보장범위, 가입연령, 보험기간 등을 단순히 축소하여 보험료를 낮춘 것이 대부분이다. 보험위험 인수와 관리를 통한 본연의 사업영역보다는 마중물의 상품으로서 업셀링을 위한 잠재고객 유입용 상품으로 전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모 생보사에서 런칭한 월 665원(30세, 남자) 암보험과 같이 본래 보험사가 다루던 상품을 쪼개거나 나눠서 보장하는 형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장기적으로 암 발병에 대한 불안감과 리스크를 보험을 통해 헤징하고자 컨설팅이라는 서비스와 함께 가입하게 되는 암보험을 오히려 너무 가볍게 만들어버린 경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보험료에 부담이 있어 보험료를 낮추는 것이 트렌드이고, 그러기 위한 돌파구로 새로운 상품과 가입형태가 아닌, 잘라서 껴맞춘 '종합보험회사스러운' 상품이다.
소액단기보험의 핵심은 다양성에 있다. 우선, 종합보험사가 수익극대화를 위해 주로 판매하는 종신, 암 등의 보험과는 달리 우리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매우 다양한 보험위험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 1억원의 최소자본금으로도 보험사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되, 인수 가능한 보험료의 한도와 보험금액의 한도를 제한하는 형태로 운영 중에 있다. 꼭 종합보험사가 다루는 무거운 상품이 아니더라도 다양성 측면에서 보험화가 가능한 단일 상품만으로 보험사 운영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일본의 경우 100여개가 넘는 소액단기보험사가 있을 만큼 상품의 다양성이 확보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소액단기보험이 보험료와 보장금액이 무겁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가입과 지급의 편의성과 즉시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접근이 매우 쉬운 웹이나 어플을 통해 보장내용을 즉시 확인하고, 본인인증의 절차와 결제까지도 별다른 허들없이 짧은 시간 안에 해결이 가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보험금의 지급이 함께 이뤄질 수 있는 프로세스까지 구축이 된다면 소비자에게 더욱 강력한 가입채널 또는 보험사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
라인과 손보재팬의 소액단기보험 협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인은 보험의 가입 프로세스에서 상품과 보상을 제외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수천만 잠재고객이 라인을 이용하고 있고 가입을 위한 본인인증의 절차는 이미 이루어졌으며, 결제 또한 쉽게 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해당 모델을 벤치마킹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보험사가 온라인에서의 상품과 가입채널을 함께 운영한지도 벌써 10년이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자동차보험을 제외하고 뚜렷한 성과없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소액단기보험의 핵심인 다양성과 편의성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의 다양한 금융플랫폼과의 적극적인 협업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액단기보험사의 자본금 설립요건을 30억원으로 완화하는 법 개정안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1억원(1000만엔)에 비해 많은 금액이긴 하지만 소액단기보험사의 탄생과 다양한 상품의 향연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