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익선 인슈포트라이트
# 해당글은 한국보험신문에도 게재되고 있는 오명진 작가의 '인슈포트라이트' 칼럼입니다.
포르쉐 자동차를 한달씩 빌려 탈 수 있는 ‘포르쉐 패스포트(Porche Passport)’ 서비스가 미국에서 시작됐다. 포르쉐 패스포트는 매월 이용료만 납입하면 원하는 차를 골라서 바꿔 탈 수 있는 서비스다. 이용료에는 차량등록세, 보험료 등의 비용이 포함돼 있어 행정업무 및 차량 유지관리를 위한 번거로움도 모두 해소했다. 이는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같은 공유경제 플랫폼 소비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겨냥해 만든 서비스다.
포르쉐가 패스포트 서비스를 론칭한 배경에는 자동차가 주는 가치 향유의 형태가 소유에서 서비스 경험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도 판매시장 못지않게 장기 렌트·리스(Lease)와 카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동차 가치향유의 변화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자동차보험의 보험료 산출 체계는 운전자가 아닌 소유자가 기준이 된다. 자가용은 통상 차량 소유자와 운전자가 동일하기에 운전자를 기준으로 요율이 정해지는 것처럼 보이나 엄연히 소유자 기준으로 산출되는 것이다. 렌터카 또한 차량을 소유한 렌터카 회사의 요율에 따라 보험료가 책정된다. 이 경우의 문제는 주행습관이 양호하고 요율의 기준상 우량체에 해당하고 리스크가 낮은 운전자도 불량체와 동일하게 비싼 보험료를 납입하고 이용할 수 밖에 없는 불합리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포르쉐 패스포트와 같은 서비스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예상되므로 자동차보험 역시 새로운 변화를 맞을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의 소유자 기준 보험료 산출체계는 이런 흐름을 반영할 수 없다. 운전자 개개인의 운전특성이 반영된 이른바 ‘텔레매틱스보험’ 형태의 상품만이 자동차 가치향유의 새로운 흐름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텔레매틱스보험은 ‘통신(Telecommunication)’과 ‘정보과학(Informatics)’을 이용해 주행거리, 운전특성 등 운전자별 정보를 수집·분석하여 이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자동차보험을 말하며, 국내에서는 운전습관연계보험(UBI, Usage Based Insurance)으로 알려져 있다. 리스크가 낮은 운전자에게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여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유도해 손해율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모바일 내비게이션을 활용한 UBI가 국내 보험사에도 출시됐다. 이는 운전자의 운전습관 정보를 축적해 안전운전 하면 보험료가 할인되는 특약이다. 추가할인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의 활용 문제, 타인이 내비게이션을 쓰거나 아예 끄고 운전하는 경우 등 정확한 정보의 축적이 어려우며 운전습관이 좋지 않아도 할증을 하지는 않는다. 상품을 개발하는 보험사의 입장에서 통신사와의 협업문제, 개인정보 이슈 등으로 인해 정확한 요율 반영이 어려운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의 과열된 할인 경쟁에 마케팅 수단으로서 UBI를 활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쉽다.
영국 보험사 마말레이드보험(Marmalade Insurance)은 타사가 운전행태에 따라 보험료 할인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운전자의 주행정보 분석을 통한 운전능력 향상에 중점을 둔 것이 이채롭다. 기본적으로 최저요율의 보험료만 부과한 후 블랙박스 화면을 통해 매일의 운전을 평가하며, 경고 수에 따라 보험료를 증액하는 시스템이다. 매일의 운전기록을 평가해 피드백하고 운전능력 향상 및 안전운전 성향 강화를 통해 낮은 보험료를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2014년 3%에서 지난해 20%까지 늘었다. 영국의 텔레매틱스보험과 유사한 경쟁력을 갖춘 상품이 출시되기 위해선 운전자가 실제 운전하는 동안의 모든 운전습관과 이력을 정보에 담을 수 있는 기술 및 기기보급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운전자 구분이 가능한 생체인식기술, 운전습관에 따른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험사에 전송하는 등의 기술이다. 또한, 개인정보 제공 및 사용에 관한 당국의 규제개선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