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익선 인슈포트라이트
# 해당글은 한국보험신문에도 게재되고 있는 오명진 작가의 '인슈포트라이트' 칼럼입니다.
■원수사형 보험 ‘레모네이드’
레모네이드(Lemonade)는 최초의 원수사형 P2P 보험이다. 특히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약 13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레모네이드 모델은 독일의 프렌드슈어런스(Friendsurance)와 유사하나 기존의 보험사를 참여시키지 않고 레모네이드 자체가 보험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보험사가 했던 보험가입부터 보험금 지급까지의 밸류 체인(Value Chain)에 혁신적인 요소를 도입했다.
설계사, 상담원 등의 판매채널 없이 모바일 앱으로 몇가지 질문 체크만으로 90초 안에 보험가입을 완료할 수 있다.
가입 후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입자와 보험사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데, 이를 ‘하나의 동전을 두고 서로 싸우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보험을 참여자 모두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포지티브 게임(Positive Game)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P2P 모델을 도입해 참여자들끼리 그룹핑을 하고 누군가 손실이 발생하면 그룹 전체가 손실을 충당하게 된다. 전체 보험료 중 20%를 플랫폼 이용 수수료로 가져간다. 보험료와 보험금을 산정하는 인공지능 챗봇에 대한 운영비다. 나머지 80% 중 40%는 프렌드슈어런스와 같이 보험금 지급을 위해 Pool에 적립하고, 40%는 재보험에 가입한다. 정산 시점에 적립 Pool에 돈이 남으면 사전에 지정한 단체에 기부를 하게 된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활성화된 P2P 보험을 다루는 업체, 그리고 각각의 특징을 살펴봤다.
편의상 브로커형(Bougy By Many), 손실 공유형(Friendsurance), 원수사형(Lemonade) 등 세 가지 범주를 통해 구분지었지만 이번에 소개된 업체 외에도 해외에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고객과 보험사의 접점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 곳이 매우 많다.
다만 이같은 해외 P2P 보험의 활성화된 모델을 지금 바로 국내에 도입하는 데에는 걸림돌이 많다. 무엇보다 해외의 보험업법과 국내 보험업법의 성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보험업법상 보험회사만이 보험상품을 취급할 수 있고 보험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50억원 이상의 자본금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P2P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은 태어날 수 없는 구조라 하겠다. 물론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는 업체는 기존 법령의 규제가 불명확한 경우 비조치 의견서를 통해 시범 영업해 볼 수 있는 테스트 베드를 마련한다는 금융위원회의 발표가 있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웃나라 일본 P2P 보험 스타트업 저스트인케이스(JustInCase)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경우 비조치의견서와 같은 당국의 확인 없이도 일정규모(예를 들어 고객 1000명)까지는 별도의 라이선스 없이 운영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이 설정되어 있다. 이는 테스트베드를 운영해도 되는지의 여부를 금융당국이 정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그러한 환경이 조성되도록 한 배려라고 느껴지는 대목이다.
반대로 국내는 비조치 의견서를 내어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로 Positive 관념이 깊게 박혀 있는 국내 금융규제의 테두리 안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게 느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