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익선 인슈포트라이트
# 해당글은 한국보험신문에도 게재되고 있는 오명진 작가의 '인슈포트라이트' 칼럼입니다.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적 흐름의 '미니멀리즘'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사람들이 보다 심플한 상품에 열광하고 있다. 미니멀리즘 예술의 정점을 찍은 최고의 상품으로 반론의 여지없이 아이폰을 꼽게 된다. 기존 휴대폰 시장은 쿼티 키보드 기반의 화면도 작고 복잡한 기능 추가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아이폰은 손가락 하나로 조작이 가능한 멀티 터치 방식을 도입하여 키보드를 모두 덜어내고 기기 전면의 모든 부분을 모니터로 채웠다. 뿐만 아니라 아이팟 터치 스크린, 모바일폰, 인터넷 커뮤니케이터 3가지 기능을 하나의 디바이스에 콤팩트하게 모두 구현해 내는 혁신을 이뤄냈다.
http://www.kukinews.com/news/article.html?no=545394
보험에도 미니멀리즘의 흐름이 밀려들고 있다. 주요 담보만 남기고 부가적인 특약을 없앤 대신에 보험료를 대폭 낮춘 '미니보험'이 그것이다. 유방암만 보장하는 암보험, 교통사고 시 운전자의 형사책임을 집중 보장하는 운전자보험 등 핵심 보장으로만 상품을 구성했다. 또한 월 180원부터 월 9900원까지 전통의 판매채널이 따라할 수 없는 가격을 무기로 온라인 보험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국내 미니보험의 특징은 보장의 단순화, 매우 저렴한 가격, 짧은 보험기간, 연령 한정(20, 30대)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부담되는 가계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보험 해지가 늘고 있는 상황에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일반적인 보험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고 보험사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낮아 고객정보를 확보하고 홍보수단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보험은 정보비대칭이 심한 상품이다. 복잡한 보험정보를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구매의사를 받아내기까지가 매우 어렵다. 판매자의 컨설팅을 통해 보험 가입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지갑이 열리는 상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 한 명을 통한 영업효율이 매우 중요하다. 통합과 종합을 강조하며 하나의 상품에 모두 담았다는 마케팅 컨셉트는 판매자의 효율을 생각하면 당연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보험상품의 트렌드가 핵심만 남겨 덜어내고 가격을 내리는 데에 집중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보험의 미니멀리즘이 보장과 가격에만 초점을 맞춰 덜어내기만 하는 접근 방식이 아쉽다. 기존 휴대폰에서 통화 기능에만 집중하고 가격을 내리는 전략이 아이폰을 탄생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소비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보험상품의 형태는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상품 개발자와 마케터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니멀리즘이 추구하는 단순함은 덜어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조합해 가치를 재창출하는 '큐레이션'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큐레이션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사람들의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게 최고만을 남기는 기술이다. 상품 개발자가 갖고 있는 기존의 상품개발 프로세스와 레이아웃을 내려놓고 철저하게 소비자의 관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그들이 원하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해답이 담보와 보험료, 보험기간, 언더라이팅의 변경에서만 나오지는 않을 것이며, 이는 공급자 시각의 접근방식일 뿐이다.
소비자 중심의 미니보험은 보장과 가격의 품질만 아니라 유통, 가입절차, 보험금 지급까지의 모든 과정을 큐레이션하여 소비자가 쉽고 편리하게 구매하고 효용을 느낄 수 있는 상품이어야 한다. 소비자가 영위하는 모든 생활에서 보험이 필요한 순간, 짧은 시간 안에 니즈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에 도착한 순간 알림이 뜨고 버튼 클릭 한 번으로 여행자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해주는 상품, 내 취미 생활인 드론을 날리는 동안에만 보장받는 상품,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병원비를 결제하는 순간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 등 그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단순함의 과정에 큐레이션을 통해 소비자의 만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보험계의 아이폰이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